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가 이번 주를 시작으로 9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했습니다.
지난 시즌 챔피언이자 박지성 선수의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홈구장인 올드 트래포드에서 챔피언십 승격팀 버밍엄 시티를 맞아 홈 개막전을 치렀습니다.
한국 축구팬들은 해가 지날수록 맨유라는 매머드 클럽에서 그 존재감을 늘려가고 있는 박지성 선수의 출장과 선전을 기대했지만 맨유는 박지성 선수 없이 웨인 루니의 선제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두며 괜찮은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디펜딩 챔피언은 첫 라운드를 승리로 이끌며 지난 두 시즌 간의 개막전 무승부라는 부진을 씻어냈지만 경기력의 임팩트라는 면에선 다소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공격수 한 명을 제외하고 거센 밀집수비로 나선 버밍엄을 상대로 압도적인 점유율과 많은 기회로 공격했던 맨유는 한 골 밖에 뽑지 못하며 미니멀 승리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지난 주에 있었던 첼시와의 커뮤니티쉴드 결승전에서 공격의 숨통을 열어주었던 박지성 선수의 결장이 매우 아쉬운 대목이었습니다.
맨유의 선발 명단을 살펴보겠습니다.
포스터
파비우 오쉐이 에반스 에브라
발렌시아 플레처 스콜스 나니
루니 베르바토프
주전 수비수인 비디치와 퍼디난드는 부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어 백업인 에반스와 멀티 플레이어 오쉐이가 중앙수비수로 나섰고 중앙미들은 캐릭 대신 스콜스가 경기를 조율했습니다.
박지성 선수의 포지션인 측면 미드필더로는 발렌시아가 맨유의 유니폼을 입고 첫 리그 경기에 출격했고 왼쪽은 루이스 나니가 선발 기회를 부여받았습니다. 투 톱은 주전 공격수들이 골기회를 노렸습니다.
후보 명단에도 없었던 박지성과 마이클 캐릭
박지성 선수는 당초 선발 출전이 예상되었으나 캐릭과 함께 후보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맨유가 홈 개막전에 최대의 전력을 가동해 멋진 승리를 이끌어내어 2년 동안 없었던 개막전 승점 3점을 얻는 것과 동시에 EPL 챔피언로서의 위용을 자랑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맨유 중원의 핵심 멤버인 캐릭과 지난시즌 주전으로 도약한 박지성 선수가 경기와 상관없이 편안하게 팀승리를 지켜본 것은 퍼거슨 감독의 다음 일정을 대비한 의도된 선수 기용으로 보입니다.
맨유의 2라운드 게임은 이틀 휴식후 19일 수요일에 번리와의 어웨이 경기이고 3라운드 역시 이틀 쉰 후 22일 토요일에 위건과의 어웨이 경기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홈 경기에서 승격팀을 상대로 주전들의 체력을 담보하고 다음 일정을 준비하는 팀운영은 그리 어리석어 보이지 않습니다.
스콜스는 후반 교체되려 했으나 에반스의 부상으로 브라운이 들어가는 바람에 90분 풀타임을 소화해야 했습니다.
발렌시아의 실전 테스트와 계륵화되는 나니
호날두의 부재를 채우기 위해 영입된 윙어 안토니오 발렌시아는 프리시즌을 지나면서 팬들과 팀관계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주었습니다.
빠른 스피드와 정확한 크로스 능력으로 맨유의 오른쪽 미드필드를 자주 책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지난 첼시와의 경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아직 완전한 붙박이 주전은 아닙니다.
이제 막 시작된 실제 리그 경기에서도 꾸준한 활약을 이어 나가야 퍼거슨 감독의 완전한 신임을 얻을 것입니다.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 영입된 발렌시아에게도 맨유라는 새로운 팀에 적응할 수 있는 일정 기간이 필요합니다.
버밍엄과의 리그 첫 경기는 발렌시아라는 윙어의 진정한 첫 시험무대로 봐도 별 무리가 없을듯 합니다.
루이스 나니는 첼시전 어깨 부상으로 걱정을 샀으나 이후 벌어진 포르투갈의 A매치에 잠시 모습을 보이며 이상 없음을 알렸고 리그 경기에 선발 출장했습니다.
나니는 잘 알려졌듯 맨유에서 가장 "골"에 근접한 측면 플레이어입니다. 미드필더로서 골을 잡아내는 능력은 어떤 감독에게도 쉽게 버리지 못할 매리트로 작용합니다.
또 여러개의 대회에 동시에 참가하는 맨유 같은 팀의 빡빡한 일정을 위해서라도 나니의 선전은 필요해 보입니다.
그러나 나니는 루니의 골을 어시스트한 크로스를 제외하고는 그리 점수를 얻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너무 강한 개인 성향으로 적절한 패스타임을 놓치기 일수였고 팀플레이에 약한 못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강력한 중거리슛을 장착하고 있고 수비수 한명은 가볍게 제칠수 있는 나니의 능력은 에브라에게 공간으로 내어주었던 패스처럼 동료들을 살리는 플레이가 뒷받침될때 더욱 빛을 발할 것입니다.
버밍엄을 상대로한 퍼거슨의 선수기용
호날두의 레알 행 이후 맨유의 최대고민은 공격력입니다. 호날두의 개인역량 부재가 아쉬워 보이지만 더욱 시급한 것은 호날두 중심의 전술을 지금의 스쿼드에 맞게 재편성하는 것입니다.
버밍엄을 상대로 루니와 베르바토프가 선발출장한 것은 새로운 시스템이 이른 시간 안에 자리잡기 위한 노력의 연장선상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가끔 퍼거슨 경을 보면 이 감독의 안경엔 드래곤볼의 스카우터 기능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상대의 전투력을 파악하고 딱 이길만한 전력만 투입해 비용 대비 최대 효과를 이끌어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개막전 맨유가 버밍엄을 상대로 필요했던 것은 5:0 골 페스티벌이 아니라 승리로 인한 승점 3점이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