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 / 2009. 9. 16.

퍼거슨의 영민한 전술 운용, 맨유 1:0 승리 원동력

스콜스
[사진 = 스콜스 (C) 가디언 (guardian.co.uk)]

 

UEFA 챔피언스리그 B조 베식타스 이스탄불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는 터키 원정에 나선 잉글랜드 챔피언이 홈관중의 열광적인 응원을 받은 홈팀에 1:0 승리를 거두며 끝이 났습니다.

 

한국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박지성 선수는 후반 83분경 발렌시아를 대신해 교체 투입되어 10분가량 활약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조별 풀리그 첫 경기를 원정승으로 장식하고 B조 1위에 이름을 올리며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스타팅 라인업



                 루니

나니   안데르송    캐릭  발렌시아
                
                 스콜스

에브라   에반스   비디치   네빌

                포스터


 

 

신중했던 맨유의 전반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지옥의 원정이라 불리는 이스탄불에서의 챔피언스리그 첫 경기를 매우 신중하게 준비했습니다.


맨유는 루니의 공격 파트너인 베르바토프를 박지성과 함께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게 하였고 안데르송-스콜스-캐릭을 중원에 배치하며 허리 싸움에서 주도권을 내주지 않으려는 4-5-1 전형으로 전반전에 임했습니다. 수비라인에는 몸상태가 좋지 못한 퍼디난드 대신에 에반스가 선발 출장했고 오랜만에 네빌이 노란 완장을 팔에 두르고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되었습니다.

베식타스는 경기 시작부터 적극적인 압박을 가하며 맨유의 선수들을 강하게 몰아 부쳤습니다. 공세시에는 과감한 중거리슛을 날리며 골문을 위협했고 오프사이드 라인을 잘 정돈하며 단단한 수비를 보여주었습니다.

맨유는 상대의 압박에 고전하며 공을 전진시키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중앙 미드필더가 세 명이 있음에도 중원에서의 세밀한 플레이를 살리지 못한채 사이드 공격위주로 경기를 풀어 나갔습니다.

 

발렌시아는 거의 일정한 패턴으로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다 크로스를 연결했지만 박스안의 해결사 부족과 수비수들의 적극적인 마크로 골장면을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왼쪽의 나니도 이전보다 나아진 모습 없이 간간히 에브라와 괜찮은 호흡을 보이는데 그쳤습니다.

 

양풀백들도 웬만하면 오버랩을 자제한 채 수비를 든든히 해 주었습니다.
맨유는 베식타스의 전력을 탐색하며 안정적으로 전반전을 운영하는데 힘썼습니다.

 

너희가 축구를 아느냐 - 퍼거슨의 승부수

후반전도 전반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갔습니다. 루니는 전방에서 홀로 고립되지 않기 위해 자주 사이드쪽으로 내려오며 미드필드진과 연계플레이를 시도했지만 별 재미를 보지 못했고 캐릭은 전반 중거리 슛과 후반 허벅지 슛을 제외하면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베식타스는 빠른 역습으로 골을 노렸지만 효율적이지 못했고 여전히 중거리슛만이 어느 정도 위력적이었습니다.

후반 63분 퍼거슨 경은 베식타스의 공격력이 세밀하지 못하고 먼 거리에서의 슛이 많은 점과 수비라인이 오프사이드 트랩을 자주 쓰며 뒷공간이 열리는 점을 간파하고 베르바토프와 오언을 투입하며 4-4-2로 포메이션을 변환하는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루니는 골을 노리는 팀의 전술변화 시점에 자신이 교체 아웃된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벤치에서 축구화를 집어 던지는 장면을 화면에 노출시켰습니다.

캐릭 대신 투입된 베르바토프는 예의 우아한 터치와 안전한 키핑을 선보였고 피니셔 역할을 맡은 오언은 적극적으로 뒷공간을 노리며 공격을 강화했습니다.


후반 77분 단 한 번의 날카로운 공격이 맨유의 터키 원정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오른쪽 사이드에서 공을 잡은 발렌시아는 전반내내 시도했던 측면돌파 후 크로스를 하지 않고 페널티 에이리어쪽으로 접어들며 박스안에 자리하고 있던 오언에게 침투 패스를 넣어주었습니다.

 

오언은 바로 리턴 패스를 발렌시아에게 내어 주었고 발렌시아는 반대편에 서 있던 나니에게 그라운드 패스를 해 주었습니다. 박스 근처에서 골을 넣는 역량이 뛰어난 나니는 수비수를 페인트로 벗겨내며 골문을 향해 강한 왼발 슛을 날렸고 골키퍼의 선방에 걸린 공이 마크가 없었던 폴 스콜스에게 향했습니다.

 

스콜스는 이 행운의 볼을 강한 헤딩슛으로 마무리하며 맨유에게 귀한 승점 3점을 안겨주었습니다.

원정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원톱 전술을 투톱으로 바꾸고 중앙 공격을 강화한 것이 결승골을 엮어내는데 주요한 원인이 되었습니다. 전반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발렌시아는 자신의 패턴대로 플레이 했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맨유를 20년 넘게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퍼거슨 감독의 노련한 팀 운영이 돋보이는 대목이었습니다.

 

 

 

박지성, 아쉬운 10분간의 활약

83분경 박지성 선수는 발렌시아를 대신해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교체 투입되며 올시즌도 챔피언스리그 경력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라운드에 서자마자 박지성 선수는 기다렸다는듯이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비록 연결은 되지 않았지만 오언에게 2번의 전진 패스를 넣어 주었고 트레이드 마크인 적재적소를 파고드는 플레이로 여러번의 인터셉트를 유도해 내었습니다.

 

하지만 강한 임팩트를 주기엔 그에게 허락된 시간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베식타스를 맞아 영리한 경기 운영으로 승점 3점을 챙긴 맨유는 챔피언스리그의 첫 단추를 잘 끼우며 다음 라운드 진출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습니다.

 

스콜스는 중요한 시점에 골을 기록하며 베테랑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지지난 시즌 바르셀로나와의 준결승에서도 천금같은 결승골을 잡아낸 스콜스는 나이가 무색하게 여전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베식타스는 수비와 미드필더들이 왕성하게 움직이며 맨유를 괴롭혔지만 마무리가 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자국 리그에서의 부진이 잘 나타난 경기로 보여집니다.

 


이스탄불의 서포터스들은 굉장했습니다. 90분간 한 순간도 함성이 쉬지 않았고 경기장이 들썩이듯이 일사분란하게 응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정의 무대가 살짝 연상되었습니다.


박지성 선수는 비록 선발 출전하진 못했지만 팀에서 요구하는 역할을 성실히 잘 수행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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