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 / 2009. 8. 18.

드록바, 루니 EPL 최고 공격수 전쟁

우리의 박지성 선수가 뛰고 있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가 지난 주 개막해 비시즌 동안 축구에 목말라 있던 많은 팬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주었습니다.

 

관심의 중심지였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개막전엔 박지성 선수가 출전하지 않아 적잖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잉글랜드로 날아간지 얼마 되지 않은 이청용 선수가 EPL 깜짝 데뷔전을 치러 그나마 위안이 되었습니다. 설기현 선수도 잠깐 모습을 보였습니다.


첫 라운드의 최대 이슈는 지난 시즌 4,5 위 팀들의 맞대결이었던 아스날과 에버튼의 경기에서 터저나온 골 페스티벌이었습니다. 벵거의 아이들은 빅4의 수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한 경기에 무려 6골을 뽑아내는 파괴력을 선보이며 모든 언론의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이에 반해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첫 챔피언 타이틀을 목표로 하고 있는 리버풀은 토트넘에게 1:2 패배를 당하며 불안한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지난 시즌 리버풀이 전 시즌에 걸쳐 패한 경기가 단 두 번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금 충격적일 수도 있는 경기 결과였습니다.

20개 팀이 승부를 가렸던 10 경기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공격수는 FC 첼시의 디디에 드록바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웨인 루니 선수였습니다.


드록바는 헐시티에게 선제골을 허용하고 어려운 경기를 치루던 소속팀에 동점골과 역전골을 홀로 선사하며 이날 EPL에 데뷔한 안첼로티 감독에게 승점 3점은 물론 개막전 무패 기록을 이어가게 해 주었고 루니는 승격팀 버밍엄에게 선제결승골을 터트리는 등 호날두가 없는 맨유의 공격을 책임감 있게 리드하며 2년간 지속되어 오던 팀의 개막전 무승부 징크스를 날려버렸습니다.

 

두 선수는 팀의 승리에 기여하는 골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경기력 자체에서도 강한 임팩트를 심어주어 향후 EPL 최고 공격수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리그 개막전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두 최전방 공격수는 얼핏 스타일이 매우 달라보이기도 하지만 비슷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두 선수의 다른 점과 공통점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같은 점

신체밸런스가 뛰어난 점입니다.

드록바는 우월한 피지컬의 소유자인데다 아프리카 선수 특유의 유연성도 갖추고 있어 자신이 작정하고 넘어지지 않는 이상 신체접촉에 강점을 보입니다. 지난 헐시티 전에서도 분명 수비수가 좋은 위치였는데도 몸싸움으로 공을 차지하는 장면이 많이 나왔습니다. 루니도 전직 복서답게 과감하고 겁없이 탱크같은 돌파를 보여주며 자신보다 커다란 수비수들에게 잘 밀리지 않습니다. 어깨 넓이에서 차이가 나지만 체격이 그나마 비슷한 박지성 선수가 우리가 볼때 자주 넘어지는 것은 이 신체밸런스와 관련이 많습니다.

 

축구기술이 생각보다 뛰어납니다.


두 선수를 생각하면 영국적 킥앤러시에 알맞은 모습이 연상되지만 이들의 기술 역시 평가절하되어서는 안되겠습니다. 드록바는 프랑스 리그 앙 시절 피지컬도 좋았지만 기술을 선호하는 축구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유로파 리그로 바뀐 UEFA 컵 대회에서 원맨속공을 골로 연결하는 장면의 드록바는 웬만한 드리블러 뺨치는 발재간과 테크닉의 소유자였습니다.  루니도 파워와 터프함의 대명사이지만 그가 공을 다루는 장면을 자세히 보면 보통 이상의 축구기술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퍼스트 터치가 안정적이고 드리블시 공과 발 사이가 멀지 않으며 급격한 방향전환에 의한 연결동작이 부드럽습니다.


슈팅테크닉이 탁월합니다.

우리가 축구를 볼때 스트라이커가 골대를 많이 벗어나는 슛을 날리면 홈런왕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합니다. 이 굴욕적인 닉네임을 받지 않으려면 안정적인 심리 상태를 유지하고 슈팅테크닉을 길러야 합니다.
루니가 만들어내는 슛장면 중에는 보는 사람의 기분까지 시원하게 만드는 호쾌한 중거리슛이 있습니다. 페널티 박스 밖에서 많은 준비동작 없이 간결하게 진행되는 루니의 중거리슛은 그의 파워와 슈팅테크닉이 매우 뛰어남을 보여줍니다. 글쓴이와 같은 일반인들은 슈팅시 힘이 많이 들어가고 슈팅후 발끝이 하늘을 향하게 됩니다. 이는 임팩트시 부정확한 타격과 공의 궤적이 높아짐을 의미합니다. 공을 발등에 정확히 얹히게 만들고 슛동작후 발을 컨트롤하는 능력은 수없이 반복되는 훈련의 보상입니다.
드록바도 중거리슛이 괜찮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원터치 슛의 정확성과 강함입니다. 박스 안으로 들어오는 패스를 트래핑하지 않고 바로 슛으로 연결하는 기술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드록바의 장기중 하나인 헤딩슛은 현역 최고중 한명이라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위력적입니다.
드록바는 국가대표팀에서 셋피스를 전담할만큼 좋은 킥 능력을 보여줍니다. 클럽에서도 심심치 않게 프리킥으로 골을 성공시키기도 합니다.

또 성격이 다혈질인 것과 비주얼이 상대팀에게 위압감을 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공통점입니다.

 

 

다른 점

활동영역에서 두 선수는 운동장에 서로 다른 발자국을 남깁니다.

루니는 넘치는 에너지와 경기에 대한 열정으로 가끔 최후방까지 내려와 공을 따내려 태클까지 서슴지 않을 정도로 피치 구석구석을 누빕니다. 그에 반해 드록바는 인 플레이 상황에서 비교적 자신의 포지션을 지키며 공격을 기다립니다. 루니는 종종 스타일을 따로 정하기 애매할 정도로 스트라이커, 윙포워드, 공격형 미드필더 등의 자리에서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드록바는 많이 알려졌듯 페널티박스 근처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그 위력이 대단한 공격수입니다.

 

플레이 스타일이 서로 다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루니는 비교적 미드필드에 가까운 곳에서 공을 받고 플레이할때 자신의 장점을 잘 이끌어낼 수 있고 드록바는 골대에 가까워질수록 위력이 배가 됩니다. 굳이 이분법을 사용하자면 루니는 돌파형, 드록바는 타겟형 스트라이커에 가깝습니다.

파울을 당할 때 보이는 리액션이 다릅니다.

드록바는 너무 억울하다는 표정과 몸짓으로 심판에게 의사를 전달하고 루니는 눈에서 레이저를 쏘며 어이없다는 제스처로 레프리에게 항의합니다.

두 선수 모두 EPL이라는 정글에서 탑 스트라이커로 뽑히는 훌륭한 선수이지만 인간이기에 단점도 존재합니다.
어느때 보다 우승팀을 예측하기 어려운 09/10 시즌에 다른 A급 공격수인 토레스, 아데바요르, 아넬카 등과 함께 펼치는 EPL 최고의 공격수 타이틀은 누구에게로 돌아갈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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