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하트(잉글랜드 골키퍼) (C) PicApp 사이트 (picapp.com)]
한국 시간 6월 21일 새벽 1시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벌어진 U21 2009 유로 대회 준결승 잉글랜드와 스웨덴의 경기는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잉글랜드가 간발의 차이로 스웨덴을 물리치고 결승에 선착했다.
경기 시작 1분만에 크래니의 선제골로 기분 좋은 출발을 한 잉글랜드는 27분 오누오하의 달아나는 골로 2:0을 만들었고 38분에는 스웨덴의 주장 브예르스미르의 자책골을 묶어 전반에만 3:0 의 스코어로 결승 진출의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하프타임에 심기일전한 스웨덴의 영건들은 팀 스피릿을 발휘하며 후반전에 잉글랜드를 거세게 몰아 부쳤다. 후반 68분 간판 스트라이커 마쿠스 베리의 골을 시작으로 75분엔 토이보넨의 그림같은 프리킥으로 3:2까지 따라 붙더니 81분 좌우를 흔드는 멋진 콤비네이션에 의한 베리의 발리슛으로 동점을 만들며 운집한 홈관중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이어진 연장전에서 잉글랜드의 프레이저 켐벨이 퇴장 당하며 3:0 게임을 뒤집힐뻔한 잉글랜드는 스웨덴의 날카로운 공격을 혼신의 힘으로 막아내며 연장 전후반을 득점 없이 마친후 승부차기에 들어 갔다.
잉글랜드의 선축으로 시작된 승부차기는 결국 5:4의 종이 한장 차이로 축구 종주국의 승리로 끝나고 만다.
전반을 지배한 잉글랜드
경기 시작하자마자 터진 크래니 선취골은 경기의 향방을 일순간에 잉글랜드쪽으로 바꾸어 놓았다. 홈구장의 열광적인 응원을 뒤로한 스웨덴은 초반의 실점을 만회하려 경기 운용을 서두르다 주도권을 잉글랜드에 빼앗기고 대책없이 끌려가다 자책골까지 포함해 0:3 이란 불명예스러운 전반을 마치고 만다. 반면 당초 쉽지 않은 준결승을 예상 했던 잉글랜드는 예상 밖의 리드에 긴장을 풀며 자신들의 게임을 펼쳐 나갈 수 있었다. 테오 월콧, 마이클 리챠드, 키에런 깁스, 가브리엘 애그본라허 등 우리에게도 친숙한 프리미어리거들은 명성에서 한 단계 밑인 스웨덴 선수들을 상대로 맘 편하게 피치를 누빌 수 있었다.
후반 180도 달라진 스웨덴
하프타임 휴식시간 라커룸에서 헤어드라이어 처방을 받았는지 스웨덴의 선수들은 이미 눈빛에서 전반의 그들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먼저 수비를 굳건히 한 후에 이어지는 공격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며 스웨덴은 한 점 한 점씩 잉글랜드를 따라 잡아 갔다. 쉬운 승리를 생각하며 다소 느슨해졌던 잉글랜드는 심리적으로도 쫓기며 이미 물이 오른 스웨덴에게 동점골까지 헌납하고 만다.
거의 결승에 갈 뻔한 스웨덴
연장 104분 이영표의 전 소속팀 토트넘 핫스퍼스에서 뛰고 있는 프레이져 캠벨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두 번째 옐로 카드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물러날 때는 이미 경기의 양상이 스웨덴쪽으로 기우는 듯 보였다. 한 명이 부족한 잉글랜드를 상대로 스웨덴은 일방적으로 공격하며 골을 노렷으나 마쿠스 베리의 헤딩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는 비운으로 120분간의 혈투를 무승부로 마치고 만다.
경기 결과는 위에서 언급했듯 전후반 3:3, 승부차기 5:4로 잉글랜드가 승리를 가져가며 결승전에 진출했다.
짧은 생각
축구에서는 3:0 게임이 3:3 이나 3:4로 뒤집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2005년 이스탄불의 기적이라 불리는 리버풀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예로 들지 않아도 비슷한 경기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2:0 까지는 리드를 잡고 있는 팀이 긴장을 잘 풀지 않으며 한 골이라도 따라잡히면 승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기는 박진감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3:0은 그것도 전반에만 그렇게 점수차가 벌어지면 벤치나 선수들 모두 집중력이 떨어지며 팀웍이 흐트러질 수 있다.
여기에 U21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모두 피가 끓는 청춘들이며 경기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 아마추어 정신도 일부 담보하고 있다.
아마 이 경기의 진정한 승자는 예테보리 경기장을 가득 메운 축구팬들과 TV 앞에 인내심을 가지고 경기를 끝까지 지켜본 시청자가 아닐까 한다. 그만큼 이 날의 경기는 한 순간 한 순간 손에 땀을 쥐는 한 여름 밤의 스릴러가 아닐 수 없었다. 비록 나 자신이 잉글랜드나 스웨덴의 국적을 가지고 있지 않았어도...
by 백조트래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