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 / 2009. 7. 10.

[골드컵] 멕시코 1:1 파나마 관전평

[사진 = 골드컵 멕시코 대 파나마 (C) PicApp (picapp.com)]

7월 10일 오전 11시(한국시간) 미국 휴스턴 렐리안트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09 골드컵 멕시코 대 파나마의 경기 관전평입니다. 골드컵은 기존의 월드컵 지역 예선을 겸했던 북중미 축구선수권 대회를 이어서 1991년 새로 이름지어진 축구대회이며 권위와 경기력 향상을 위해 다른 대륙의 국가들도 초청되어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2000, 2002년에 초청되어 경기를 치룬적이 있어 골드컵이 낯설지는 않은 실정입니다.
내년에 있을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지도 모르는 북중미의 국가들을 체크하는 의미에서 골드컵을 가벼운 마음으로 관전할 수 있었습니다.
멕시코와 파나마... 파나마는 월드컵 최종예선에 합류하지 못했으므로 98년 우리를 3:1로 이겼던 멕시코를 중심으로 이야기 하겠습니다.

경기 양상

일단 스타팅 멤버에서는 바르셀로나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한(잠시 입스위치로 임대되었던) 지오바니 도스 산토스와 엄청난 포텐셜을 자랑하는 오초아 골키퍼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파나마 선수들은 모두 검은 피부에 좋은 체격 조건을 가지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꼬마 군단인 멕시코와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경기 시작 후 5분간은 파나마의 선전이 이어졌습니다. 좋은 피지컬에 수비라인을 바싹 올리고 중앙을 압박해 아직 몸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멕시코를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경기 시작 10분이 채 되지 않아서 오프사이드 라인을 제대로 통과한 도스 산토스가 골키퍼와 마주하는 기회를 만들었고 침착하게 욕심내지 않고 뒤에 따라 쇄도하던 미구엘 사바에게 어시스트하며 멕시코가 1:0으로 앞서 나갔습니다.
이후 안정을 찾은 북중미 강호 멕시코는 왼쪽 측면에선 개인 전술로 오른쪽 측면은 짧은 패스에 이은 공간 창출로 파나마에게 공격을 퍼부었습니다.
예상 외로 개인기가 있고 유연한 몸놀림을 보였던 파나마 선수들은 멕시코의 공격을 잘 막아내면서 간헐적으로 긴 패스에 의한 공격을 시도했습니다. 그 결과 29분 오른쪽 사이드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큰 키의 페레즈 선수가 수비수 틈에서 트래핑하고 동점골을 만들어냈습니다. 멕시코 중앙수비수들은 머리 하나가 더 큰 페레즈에게 체격적인 열세를 드러내며 이른 시점의 동점을 허용했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양쪽 팀 주장이 경고를 받으며 가열된 경기는 동점 후 그 온도가 더 높아졌습니다.
헤딩 경합시 팔꿈치가 먼저 나오며 거친 태클도 서슴지 않던 양팀은 전반 종료를 앞두고 멕시코의 노리가 선수와 파나마의 건 선수가 레드 카드를 받고 퇴장 당함으로 한 명씩의 선수를 잃고 맙니다.
후반은 실점에 대비한 파나마의 수비 전술로 중앙의 주도권은 멕시코가 쥐었습니다. 도스 산토스의 개인 돌파가 사이드에서 이루어졌지만 중앙에서 끈질기 수비를 보여준 파나마는 더 이상의 실점을 허용치 않으며 높이가 있는 포스트로 계속 롱패스를 날렸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사이드 라인을 따라 플레이하던 파나마의 필립스 선수가 라인에 걸쳐 있던 공을 그라운드 안에 밀어 넣자 흥분한 멕시코 감독이 구두발을 들어 필립스 선수의 동작에 방해를 가했습니다. 선수는 감독을 팔로 밀치며 도중개입에 항의 했고 멕시코 스탭들도 선수를 밀쳐내며 경기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주심은 선수에게 레드 카드를 내밀었고 멕시코 감독에게도 퇴장 명령을 내렸습니다.
[사진 = 골드컵 멕시코 대 파나마 (C) PicApp (picapp.com)]

이후에도 치료를 받기 위해 라인 밖으로 나온 파나마 선수에게 멕시코 관중들이 이물질을 던지며 야유를 보냈고 경기가 지연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이났고 인저리 타임을 적절히 적용시키지 않았다며 경기 종료 후에도 멕시코 선수들은 주심에게 항의를 퍼부었습니다.

멕시코의 장단점


멕시코 선수들은 일단 분위기를 타면 일류팀으로 변신해 멋진 플레이를 연거푸 보여줍니다. 개인별로 테크닉이 우수하고 빠르며 좁은 공간에서도 조밀한 패스 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압박을 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반면 이번 경기에도 보였듯이 일단 체격이 작고 다혈질이기 때문에 몸싸움을 적당히 해 주고 성질을 돋구면 자신들이 먼저 와해되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너무나 안타깝게 기억하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예선 1차전 멕시코와의 경기에서도 하석주 선수의 프리킥 선제골로 앞서나가다 백태클로 인해 퇴장 당하고 그 후로 3골을 연달아 빼앗긴 기억이 있듯이 만약 내년에 본선 무대에서 우리가 멕시코를 다시 만난다면 심리적으로 우세인 상황들을 만들어서 예전의 복수를 해야 할 것입니다.
요즈음 젊은 선수들의 개인 기량은 굉장히 높은 수준에 와 있는걸로 보입니다. 수비수 한 명 제치는 것은 기본으로 하니까요. 도스 산토스와 같은 선수들의 측면 흔들기를 막으려면 잘 조직된 협력 수비가 기본적으로 훈련되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중앙 수비수들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키가 그리 크지 않아 셋 피스 상황이 발생하면 좋은 기회로 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선수, 코칭스텝, 관중 - 성숙하지 못한 태도...


이번 경기는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봤을 때 거의 낙제 수준이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경기력을 보인다 해도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없으면 이미 스포츠의 매력은 없어진 후 입니다.
경기장에서 필요 이상의 반칙을 일삼던 선수들이 그랬고 상대편 선수의 플레이를 방해한 감독도 그랬고 부상으로 신음하는 선수에게 이물질을 투척하던 팬들이 그랬습니다...
[사진 = Fair Play 플레카드 (C) PicApp (picapp.com)]

월드컵 북중미 최종예선에서 아직까지 본선 직행을 위한 3위 자리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멕시코 팀은 오늘 경기 내외에서 직간접적으로 그 이유를 보인 것 같습니다.       by 백조트래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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