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 / 2009. 7. 11.

[골드컵] 절대약자는 없다 - 코스타리카 VS 캐나다 관전평

GOLD CUP PETERS
[사진 = 코스타리카 대 캐나다 (C) PicApp (picapp.com)]

7월 11일 미국 마이애미 피우(FIU)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09 골드컵 코스타 리카 대 캐나다와의 경기 관전평입니다.
어제 멕시코 VS 파나마 경기에 이어 내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조에 배정될 수도 있는 북중미의 팀을 관찰하고 체크해 보겠습니다.
현재 코스타 리카는 3.5장의 본선진출권이 걸려 있는 북중미 및 카리브해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강팀입니다. 예전에 K리그와 아주 잠깐 링크가 걸렸던 노련한 스트라이커 완초페 선수의 나라이기도 합니다. 캐나다는 최종예선에 들지 못했으므로 다음 월드컵을 기약해야합니다.

경기 양상

월드컵 단골손님인 코스타리카가 23분 손쉽게 선제골을 잡아냈습니다. 미드필드 중앙에서 오른쪽 측면으로 멋진 로빙패스가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뜨리고 침투하던 Herron 선수에게 연결되었고 단독찬스를 맞은 Herron 선수는 이미 전진해오던 골키퍼의 머리 위로 칩샷을 넣어 버렸습니다.
바라던 첫골을 일찍 맛본 코스타 리카 선수들은 수비가 느슨해지면서 경기 집중력이 살짝 떨어졌습니다. 이를 놓치지 않고 캐나다는 대반격에 나섰습니다. 바로 2분 후 왼쪽 측면에서 압박 없이 크로스 기회를 맞은 캐나다는 지체하지 않고 공을 중앙으로 집어 넣었고 수비수 사이로 혼자 쇄도하던 Patrice Bernier 선수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골문 5m 앞에서 발리슛을 성공시켰습니다. 캐나다는 동점으로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아크서클 앞 지점에서 또 견제 없이 드리블을 하던 De Jong 선수가 왼발 중거리슛으로 코스타 리카의 골문을 열어 젖혔습니다. 동점골이 터지고 불과 3분 뒤의 상황이었습니다.
연달아 두 골을 빼앗긴 코스타 리카는 정신을 차리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 시작했습니다. 노력은 열매를 맺었고 전반 35분 리드골을 허용한 뒤 7분 만에 26m짜리 프리킥을 Walter Centeno 선수가 캐나다 골대에 맞히며 성공시켰습니다.
전반에만 4골이 터지는 난타전이었습니다.

후반에는 공격 의지가 없어 보이는 캐나다의 소극적인 모습과 북중미 강호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코스타 리카의 매서운 공격이 겹치면서 점유율 7:3 정도로 원사이드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수비가 거의 페널티 박스까지 내려와 있던 캐나다는 측면은 내어주되 중앙은 겹겹이 벽을 쌓는 두꺼운 수비를 선보이며 코스타 리카의 수많았던 크로스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수비, 미들, 공격의 3라인 때문에 이렇다할 공격은 시도되지 못했습니다.
코스타 리카로서는 한 번의 공격 기회라도 소중히 여기고 공을 아낄 필요가 있었는데 마음이 급했는지 의미 없는 크로스에 중거리슛이 더해지며 전반 스코어대로 2:2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GOLD CUP HUTCHINSON
[사진 = 코스타리카 대 캐나다 (C) PicApp (picapp.com)]

코스타 리카의 장단점

선수들은 체격이 건장하고 유연하며 남미 선수들 같이 공을 쉽게 다루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특히 양쪽 측면을 쉬지 않고 파고 들었던 윙어들이 스피드와 발재간이 좋아 많은 크로스 찬스를 만들어냈습니다. 지난 2006년 월드컵 개막전에서 비록 4:2로 독일에 패했지만 2골을 얻어냈던 방법 즉 상대 수비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뜨리는 정확한 타임의 패스와 움직임이 좋아 보였습니다. 수비수들은 집중력을 발휘하면 대인 마크에 강한 인상이었습니다.
1:0으로 리드한 상황에서 보여준 코스타 리카의 수비는 허술한 구석이 여러곳 보였습니다. 긴장을 늦추었는지 협력수비가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중앙에서의 압박도 헐거워졌습니다.
좋은 공격력에 비해 수비의 조직력은 한 레벨 떨어지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 많았던 공격 기회에서 한 골을 만들지 못한 스트라이커진의 골결정력도 보완해야할 부분이었습니다.
만약 내년에 코스타 리카와 한 조가 된다면 우리나라는 3선 간격 유지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좁은 공간에서 우리 특유의 압박을 가한다면 중앙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 이들의 강점인 사이드 공략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수비와 미들진이 멀어지면 그 공간으로 많은 공격을 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수비수들의 체격과 제공권이 좋아 종종 중앙에서의 중거리슛으로 수비를 교란 시킬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제 축구에서 절대 약자는 없다...

캐나다는 아이스하키에서 보여주는 포스를 축구에선 보기 힘듭니다. 월드컵 예선에서도 탈락했습니다.
하지만 선수 한명 한명을 보면 그리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전술의 완성도가 미흡하고 축구의 노하우가 엷어 아직 강호축에 들지 못합니다. 반면 코스타 리카는 축구에서만큼은 약해보이지 않습니다. 북중미 대륙랭킹도 미국에 이어 2위입니다. 객관적으로는 코스타 리카가 무난히 승리를 거두었어야 할 경기였습니다.
이제는 오세아니아 낯선 나라와의 경기가 아니면 5:0 이상의 야구 스코어를 축구에서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그만큼 국가간의 축구실력 격차가 좁혀졌고 선수들의 경기력이 상향 평준화 되었습니다.
내년 우리나라와 같은 조에 속할 나라는 아마 유럽 2팀과 다른 대륙의 1팀일 것입니다. 이제 축구에서 절대약자는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그 범주에서 벗어난지 얼마되지 않습니다. 아프리카나 북중미의 한 팀이 우리나라와 상대해야할 경우 언론에서는 무조건 1승의 제물로 삼아야 한다고 떠들썩 할 것입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패이듯 강팀이던 약팀이던 철저히 연구하고 대비해서 원정 월드컵 첫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내년 지구의 남반구에서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by 백조트래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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