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 / 2010. 6. 3.

[월드컵] 16강의 열쇠 - 중원의 안정과 피딩

2010 남아공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스페인과의 마지막 평가전을 마치면 남아공으로 입성해 조별리그를 준비하게 됩니다.

지난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은 허정무호에 많은 숙제를 안겨주며 월드컵에서의 선전을 기대하는 많은 국민들을 조금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대한민국이 그토록 염원하는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의 핵심키워드인 중원 안정과 피딩에 대해 짚어볼까 합니다.

 

 

강팀의 필수조건 - 탄탄한 중원

강팀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일정 부분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바로 '중앙라인의 견고함'입니다.


중앙라인이라하면 축구장을 세로가 긴 직사각형으로 보았을 때 골문에서 골문까지 이어지는 라인을 말합니다.


즉 골키퍼, 중앙수비, 중앙미들, 중앙공격수가 이루는 세로라인입니다.

 

국가나 클럽을 막론하고 메이저 토너먼트에서 끝까지 남아 있는 팀들은 대개 거미손 골리와 벽같은 수비수, 공수에서 번뜩이는 미드필더와 파괴력 있는 공격수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네가지 중 한 두가지 정도는 차이가 날 수 있으나 경기 주도권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중원 장악은 강팀의 필수조건이라 하겠습니다.

최근에 있었던 2번(일본, 벨라루스)의 평가전을 통해 드러난 대표팀의 월드컵 과제 중 가장 어려워 보이는 것은 중원 장악과 그에 따른 원활한 피딩으로 보여집니다.


그나마 일본과의 라이벌전에서는 강한 정신력과 터프한 플레이를 바탕으로 중원을 거치는 경기 양상이 나타났으나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에서는 피지컬이 우수한 팀을 상대로 압박에서 벗아나는 법과 공격진영으로의 적절한 볼배급에 문제점을 노출하고 말았습니다.

전력노출을 꺼린 위장술 ?? OR 한국의 현주소 ??

다시 벨라루스 전을 보면 우리의 중앙 미드필드는 기성용-신형민 조합으로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이미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신형민 선수는 수비로부터 공을 받은 상태에서 상대의 순간적인 압박에 잘 대처하지 못해 볼소유권을 빼앗기는 위험천만한 상황을 2-3차례 연출했습니다.


공이 수비에서 미드필드쪽으로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자 주장 박지성 선수가 깊숙히 내려와 공을 받고 올라가는 모습마저 보였습니다.

요새 컨디션이 좋지 않아보이는 기성용 선수는 우리 지역에서 잘 보이지 않았을뿐더러 예전의 날카로웠던 패스감각마저 약간 사그러진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장점으로 여겨지는 셋피스 상황에서의 프리킥도 목표점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그리 위협적이지 못했습니다.

 

 


교체 투입된 김남일 선수는 월드컵 3회 연속 출전 선수답게 한층 여유 있는 플레이를 선보였으나 역시 거구들의 압박에서 자유로울만큼 유연하지 못했으며 드리블 방향전환 후 오른발에만 패스타임을 맞추려하는 패턴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평가전은 우리가 조별리그 제1경기에서 맞붙는 그리스의 오토 레하겔 감독이 현장에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100%의 전력 노출을 꺼리기 위해 우리의 주전 미드필더 김정우 선수는 벤치에 앉아 있었습니다.

 

김정우 선수가 선발 출장했다면 공의 간수와 피딩이 조금 더 긍정적이었을 것입니다.

일본전 후반에 선보인 김정우-김남일-기성용 의 중앙라인도 상황에 따라 가동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3명의 미드필더가 중앙을 두텁게 선다고 해서 모든게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벨라루스 전의 한국 중원장악 능력이 다른 팀들을 향한 위장 전술이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예상되는 패스줄기, 눈에 보이는 공격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인은 역대 최강의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해외파가 10명이나 포진되어 있고 2002년 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선수도 4명이 있습니다.


신구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 있고 국제 경험이란 측면도 예전보다 나아져 있습니다.
또한 박지성, 이청용, 기성용, 박주영 등이 이끄는 공격라인은 명성과 실력 면에서 그다지 나빠보이지 않습니다.

현대축구에서 공격의 핵심은 예측이 어려운 공격 전개 즉 수비하는 입장에서 신속한 대처가 어려운 상황의 연출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격라인에서 골을 위한 창의적이고 날카로운 장면이 나오려면 중원에서의 피딩이 근간이 되어야 합니다.

벨라루스 평가전에서 한국의 패스 줄기는 상대 선수들이 그 길을 훤히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단순해 보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의 가장 큰 원인은 상대방의 압박을 들 수 있겠으나 월드컵 본선에서 우리가 맞붙을 국가들은 이보다 더 심하면 심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벨라루스의 플레이는 그들의 피파 랭킹과는 상관없이 축구의 기본을 잘 지키는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공이 전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아군을 적절히 이용하며 운동장을 넓게 썼고 우리 수비진영의 공간을 잘 활용하며 정상적인 공격을 펼쳤습니다.
벨라루스는 전력이 강한 팀이라기 보다는 피지컬이 좋고 기본에 충실한 팀이었습니다.

중원에서 좋은 패스를 넣을 시간적 공간적 여유를 찾지 못하면 대표팀의 공격력이 저하될 것입니다.

 

 


물론 우리 대표팀에는 고유의 장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월드컵을 코앞에 둔 지금 레벨업 될 수 있는 한 가지만 소원하라면 중원전력을 뽑고 싶습니다.

내일 새벽에 있을 월드컵 우승 후보 스페인과의 평가전을 보면 우리 대표팀의 현주소가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부디 곽태휘 선수와 같은 부상이 발생하지 않고 많이 얻어가는 평가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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