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 / 2010. 5. 23.

뮌헨의 못다한 꿈... 챔스결승에 부쳐

바이에른 뮌헨
[뮌헨 선수들 (C)Kicker.de]

2009/2010 UEFA 챔피언스리그 인터 밀란과 바이에른 뮌헨의 결승전은 디에구 밀리토의 예술적 마무리를 앞세운 인터 밀란이 독일의 자존심 뮌헨에 2:0 쾌승 거두며 45년만의 유럽왕좌복귀를 이루어내며 끝이났습니다.


인터 밀란의 팬들은 눈물을 아끼지 않으며 실로 오랜만의 유럽대항전 우승을 만끽했으며 자국리그, 자국 컵대회를 포함한 트레블이라는 영광도 맛 보았습니다.

반대로 바이에른의 팬들은 2000/2001 시즌 이후 역시 오랜 시간을 두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환호했지만 분데스리가와 DFB 포칼 우승에 만족해야했습니다.

 

경기 전 관심거리들...

 

뮌헨 감독 루이 반 할과 인터 감독 호세 무리뉴는 FC 바르셀로나에서 한솥밥을 먹은 경험이 있으며 이미 UEFA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한 전력이 있는 명장들이었습니다.

두 감독 모두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좋은 성적을 원하는 클럽의 보드진에 의해 우승청부사로 모셔져왔었고 이번 시즌 자국리그와 컵대회를 모두 석권하며 챔스우승과 트레블이라는 화룡첨정을 눈앞에 둔 행복한 사나이들이었습니다.

 

09/10 시즌 시작 전 뮌헨의 붙박이 수비수이며 위대한 브라질 대표팀의 주장 완장을 두르고 있던 루시우 선수는 8백만 유로라는 헐(?)값에 정든 분데스리가를 뒤로하고 이탈리아 세리아 A 인터밀란으로 전격이적했습니다.

알려졌다시피 감독의 선수단 운용이 자신의 뜻과 맞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지만 정상급 수비수로 평가되던 루시우를 뜻하지 않게 수급한 인터 밀란은 그를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지난 여름 유럽축구 이적시장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뜨겁게 달아올랐었습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카, 카림 벤제마, 사비 알론조 등 수퍼스타들을 마드리드 베르나베우로 불러들인 레알의 공격적 선수영입은 연일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축구선수의 몸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놓았습니다.

 

여기서 발생한 파문은 레알 선수단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며 팀의 계획에 들지 못한 선수들은 등떠밀리듯이 각자 새로운 클럽을 찾아야 했습니다.

이번시즌 소속팀에서 훌륭한 활약을 하며 챔스결승이라는 꿈의 경기에 참가한 뮌헨의 아리옌 로벤과 인터의 웨슬리 스네이더는 이들의 대표적 이름들입니다.

 

뮌헨은 시즌내내 프랑 리베리라는 대어급 플레이어 때문에 조용할 날이 없었고 잦은 부상과 이적루머에 시달리던 리베리도 이전의 포스를 점점 잃어가며 급기야 챔스 결승도 출전정지로 관중석에서 구경해야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지난 시즌 제노아의 돌풍을 이끌었던 디에구 밀리토는 인터로 이적해와 알토란 같은 골들을 연달아 터트리며 트레블을 위한 초석을 쌓게 했고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맞트레이드된 사무엘 에투는 2년 연속 챔스우승이라는 진기록을 달성할 기회를 얻고 있었습니다.

 

결승전치곤 좀 루즈했던 경기 내용...



마드리드에서 치루어졌던 챔스 결승전은 과거의 드라마 같은 장면들을 많이 기억하는 축구팬이라면 그리 스팩타클한 경기는 아니었습니다.
 
60-70%대의 점유율을 유지했던 뮌헨은 공을 소유했던 시간에 비해 공격횟수가 좀 적었고 이중으로 수비벽을 구축했던 인터도 매끈한 역습을 빼면 아름다운 축구와는 약간 거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뮌헨의 선수들은 너무 로벤에 의지한 공격패턴을 반복했고 이미 바르셀로나라는 창을 막아본 무리뉴의 인터는 오히려 골에 더 근접한 장면들을 연출하며 강팀의 이미지를 각인시켜 주었습니다.

 

뮌헨은 적극적인 공격보다는 횡, 백패스가 많이 섞인 안정적인 공격을 택했는데 이는 뮌헨의 경기를 자주 본 이들에게 그리 어색한 장면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맘 먹고 철옹성을 쌓아올린 상대편의 수비를 뚫을만한 과감하거나 창의적인 공격루트를 개척하는데 실패함과 동시에 수비의 결정적 실수가 곁들여지며 독일클럽 최초의 트레블 달성을 다음으로 미루어야 했습니다.  

 

1999년의 바르셀로나(맨체스터 VS 뮌헨), 2005년의 이스탄불(리버풀 VS AC 밀란), 2008년의 모스크바(첼시 VS 맨체스터)의 축구드라마는 다음 시즌으로 기대를 돌려야 했습니다.

 

바이에른 뮌헨의 상승세...

 

뮌헨은 시즌초반 기대와는 달리 형편없는 기록들을 쏟아내며 감독의 조기 경질설마저 나도며 불안한 스타트를 끊고 있었습니다.

반 할 감독의 약간은 독불장군식 선수단 운용으로 몇몇 핵심 선수들이 전력에서 이탈했고 새롭게 시도되는 시스템도 뮌헨이라는 팀에 정착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망되어졌습니다.

이번 시즌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보드진 또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고 팬들의 시선도 식어가던 중 팀이 안정적인 괘도로 들어서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것은 선수들끼리의 단결이었습니다.

초반의 부진을 딛고 연승행진을 펼치며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당시의 뮌헨 선수들은 누가 의도하지 않아도 서로를 격려하며 자신들의 축구에 대한 그리고 뮌헨이라는 구단이 갈망하던 목표를 향한 열정을 피치 위에 쏟아붓기 시작했습니다.

자주 바뀌던 전형과 레귤러 멤버도 이때쯤 자리를 잡아가며 한번 기세를 올린 바이에른은 이미 팀이 지니고 있던 클래스를 회복하며 시즌내내 견고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음 2010/2011 시즌 바이에른 뮌헨은 좀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반 할 감독이 취임 후 2번째 시즌을 맞게되며 현재 재계약 소문이 나돌고 있는 리베리가 잔류한다면 로벤과 함께 유럽최강 황금날개를 펼칠 수 있고 이제 막 약관의 나이를 지난 토마스 뮬러와 바트슈트버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며 이젠 팀의 주축으로 우뚝선 슈바인슈타이거가 전성기의 나이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대형 유망수비수 브레노가 디펜스 강화에 일조하고 아직 넘버원 공격수가 되지 못한 마리오 고메즈가 팀에 잘 녹아들면 뮌헨은 더 무서운 팀으로 변할 것입니다.

뮌헨의 못다한 꿈...


지난 2009년 8월 12일 올시즌 바이에른 뮌헨이 기대되는 이유 라는 포스트에서 올시즌 뮌헨의 부활을 조심스럽게 짚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 예전에 비해 인지도를 많이 빼앗긴 현재의 분데스리가에서 벌어지는 많은 상황들이 소위 빅리그로 불리는 다른 리그들에 비해 그리 떨어지지 않는다는 마음의 발로가 그 시초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라는 토너먼트에서 끝까지 살아남을거라고는 감히 생각하지 못했었습니다... "음... 그래도 한 8강까지는 남아주겠지..." 가 현실적이고 솔직한 마음이었습니다.

 

아마 이 생각은 뮌헨을 응원하는 많은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었을 것입니다.

 

다음 시즌에는 또 어떠한 팀이 구수한 스토리를 써내려가며 화려한 조명을 받을지 궁금해집니다. ^^

 

사족
알틴톱, 슈바인슈타이거, 반 봄멜 이 세 선수의 겁없는 강력한 중거리 슛이 조금 아쉬운 한판이었습니다.
인터의 수비라인은 예기치 못한 상황이 아니면 허물어지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틈이 없어보였습니다.
밀리토의 우아한 두 번의 피니쉬는 이 경기의 백미였습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기회를 얻었던 토마스 뮬러에게 약간 아쉬움이 많지만 앞날이 더 많이 남은 선수라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뮌헨의 센터벡 데미첼리스는 요새들어 결정적인 실수가 많아졌습니다. 월드컵에서 붙을 경우 적극적인 공략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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