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 / 2010. 5. 28.

[월드컵] 한일전에서 돋보였던 것들...

박지성 한일전 엔
[박지성 (C)Kicker.de]

4년마다 열리는 지구촌 축구잔치 월드컵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 축구대표팀은 남아공 입성 전 오스트리아에 훈련 캠프를 차리고 마지막 담금질에 여념이 없습니다.

2002년의 붉은 함성이 귓가에 여전하고 2006년의 아쉬움이 아직도 진하게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데 또 한번의 월드컵을 눈앞에 두었다고 생각하니 유수와 같은 세월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월요일 한국VS일본의 평가전을 통해 나타난 태극전사들의 긍정적인 모습들을 살펴 보겠습니다.

 


한 레벨 높은 정신력, 투지...

한일전은 종목을 막론하고 스포츠 이상의 그 무엇이 서린 장엄한 의식인 것을 이번 평가전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한일전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들을 뒤로하고 잘 준비 되었던 우리 대표팀의 멘탈리티는 일본을 압도하며 사실상 경기의 승부를 결정지었습니다.

경기 시작과 더불어 작렬했던 태극전사들의 번뜩이는 눈빛과 터프하기까지한 몸놀림은 일본 축구의 새로운 성지라 불리우는 사이타마 스타디움에 운집한 일본 팬들과 피치 위에서 플레이하는 선수들의 "기"를 꺾어 놓기에 충분했습니다.

여기에 전반 5분만에 터진 박지성 선수의 선제골은 일본이 그토록 부러워하는 빅클럽의 선수가 오직 개인 기량만으로 일본 수비수들을 줄줄이 달고 터트린 굴욕적인 골이어서 가뜩이나 죽어가는 팀 분위기를 더욱 가라앉게 만드는 비수였습니다.
박지성 선수는 골장면 외에도 상대선수를 전력질주로 쫓아가 기어이 공격을 차단하는 박력과 치밀함까지 선보여 한일전에서의 정신력에서는 한국이 한 수 위임을 몸으로 증명해 주었습니다.

한국의 주장 외에도 이날 피치 위에서 붉은 유니폼을 입었던 선수들은 누구 하나 빠짐없이 강인한 투지를 보여줌으로써 라이벌을 제압하고 더 나아가 월드컵에서의 선전을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과거 우리의 월드컵 잔혹사를 돌이켜 보면 세계 축구 열강들과의 수준차이도 있었겠지만 초긴장 상태로 치루어지는 대회의 정신적 압박감과 경기장 안에서 느껴야만했던 선수들의 자신감 결여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것을 상기하면 이번 남아공 무대에 나설 우리 대표선수들이 한일전에서와 같은 빛나는 정신력으로 모든 경기에 임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생깁니다.


여유로운 플레이의 바탕 - 테크닉


이 번 한일전에서 또 한가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우리 선수들의 기술적인 능력이었습니다.
예전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진다는 것이 절대 아니고 공을 다루는 기본적인 마인드가 한결 안정적이며 세련된 경기 운영에 필요한 기술적인 부분을 이미 우리대표팀이 소유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후반 약간 거칠게 나오는 일본선수들을 상대로 우리 수비지역에서 연달아 보여준 이정수 선수와 김정우 선수의 페인트 동작은 기술적인 뒷받침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공을 가볍게 다룬다는 이야기는 한 팀의 경기력 전반에 걸쳐 아주 중요하며 결정적인 순간에서 미세한 차이로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박지성 선수의 선제 결승골 장면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박지성 선수의 드리블은 이 분야에서 유명한 선수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딱 한 가지 차이나는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공을 잡고 스피드를 내기 위해 취하는 오른발 아웃사이드 터치였습니다.
이 터치가 길어지면 공은 몸에서 멀리 떨어지고 근접한 수비수에게 쉽게 막힐 수 있으며 공을 붙이려고 너무 신경쓰면 좁은 공간을 빠르게 진행할 수 없습니다.
이날의 캡틴은 일본 수비의 공을 탈취해 순식간에 페널티 박스까지 근접하는 유연한 드리블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느린 장면을 통해 보면 알 수 있듯 슈팅 전 오른 발 아웃사이드 컨트롤이 알맞게 구사되어 여러명의 선수들 사이에서도 시간적 손실없이 강력한 중거리 슛을 날릴 수 있었습니다.

에콰도르와의 평가전 때 이청용 선수의 골장면에서도 공중에 뜬 공을 수비수가 예상하지 못하게 진행방향으로 터치해 놓고 박스로 돌진한 이청용 선수의 센스가 돋보였고 거기에 알맞은 테크닉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후반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을 두고 일본의 패스 전개를 막았던 태극전사들은 여유로운 플레이를 펼쳐 보이며 일본의 공세를 막아냈습니다.

 

신예들의 거침없는 플레이...

  
기성용, 이청용, 이승렬, 김보경 그리고 파라과이 전에 잠시 모습을 나타냈던 구자철... 이제 20대 초반인 선수들이 국가대표 명단에 자신들의 이름을 올리고 경기장에서도 젊은 피답게 거침없는 플레이를 쏟아 놓는 것을 보는 팬의 입장은 참으로 흐믓합니다.
이청용 선수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명성이 더욱 높아질 선수로 예상되고 있고 다른 선수들도 메이저 토너먼트(정확히 조별예선이 있지만)라는 귀중한 경험을 품을 수 있습니다.
이승렬 선수는 에콰도르 전 골에서도 보였듯 군더더기 없는 공격력으로 한국 스트라이커진에 새로운 바람을 넣고 있고 기성용, 김보경, 구자철 선수는 중앙미드필더라는 핵심자리에서 공수밸런스를 맞추어 주고 있습니다.
척박한 축구인프라 국가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선수들이 배출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지금까지 한일 평가전을 통해 드러난 한국대표팀의 긍정적인 모습을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 앞으로 펼쳐질 월드컵 본선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가 더욱 중요한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입니다.
남아 있는 2번의 평가전을 잘 소화해내고 부상없이 최상의 전력으로 본선무대에 임하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소망하며 이들의 선전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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