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 / 2010. 6. 4.

[월드컵] 한국VS스페인 평가전 패배의 교훈


by gypsycrystal 저작자 표시

금요일 이른 새벽에 있었던 남아공 월드컵 마지막 실전대비 대한민국과 스페인의 평가전에서는 현 유럽 챔피언이자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인 스페인이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이며 1:0 낙승을 거두었습니다.

우리 대표팀도 박지성을 제외한 사실상 베스트 멤버로 세계 최고 레벨의 스페인과 일전을 벌였으나 볼 점유율에서 확연히 밀리며 패배를 인정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남아공 입성 전 최강팀과의 실전 같은 경기는 대표팀에 매우 좋은 경험을 선사해 주었고 본선 조별리그까지 어떤 부분을 더 담금질해야 할지 가늠해 보는 의미 있는 평가전이었습니다.

스페인과의 평가전을 통해 드러난 교훈을 살펴 보겠습니다.

 

너무나 소중한 데드볼 상황에서의 볼 소유권   

스페인 같은 나라를 상대로 점유율 싸움을 벌일 팀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스페인의 주축 선수들이 고스란히 뛰고 있는 FC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승리한 인터 밀란 같은 스타 앙상블도 밀리는 싸움이 될 것이 뻔한 볼점유에는 그리 신경 쓰지 않고 잘 다듬어진 수비와 우아한 카운터 어텍으로 이런 스타일의 팀을 상대하는 좋은 선례를 남겼습니다.

이번 평가전에서도 대표팀은 스페인을 상대로 후반에는 거의 25:75 정도의 점유율 열세를 보이며 어려운 경기를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을 두는 4-2-3-1 전형으로 수비에 중점을 둔 태극전사들은 스페인의 파상 공세를 1실점으로 막아내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우리가 스로잉이나 프리킥 공격기회에서 너무나 쉽게 그리고 빨리 볼 소유권을 잃어 버렸다는 것입니다. 패스 마스터들이 즐비한 스페인 미드필더진을 감안하면 상대가 공격하는 시간에서는 어쩔 수 없겠지만 어렵게 수비해서 따온 볼 소유권을 금새 상대편에 허락한 장면들은 개선되어져야할 부분으로 보입니다.

특히 여러 차례 노출된 대표팀의 스로잉 공격 장면에서 아군의 활발한 움직임 없이 그저 공을 전진 시키기에 급박했던 점은 안그래도 드물었던 공격기회가 더 적어지는 악재로 작용되었습니다.

 

 

박스 근처에서의 수비... 프리맨은 금물...

지난 벨라루스와의 경기에서 대표팀의 실점 장면을 보면 우리쪽 페널티 에이리어 근처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상태에 있었던 상대 선수의 날카로운 슈팅이 있었습니다.
조금 더 복기하면 좌측 측면 돌파를 하던 선수가 전진하다 좋은 위치를 찾아 약간 뒤로 이동한 선수에게 내어준 패스가 바로 슈팅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수비에서 너무 공에 시선을 빼앗기면 순간적으로 선수를 놓치는 장면이 종종 나오곤 합니다.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도 이와 비슷한 장면이 두어 차례 연출되었습니다.  특히 사이드가 무너져 박스 안으로 상대 공격수들이 침투한 경우 조그만 공간이라도 주어지면 실점할 확률은 매우 높아집니다. 물론 스페인의 기량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월드컵 본 경기에서 잊지 말아야할 아주 기본적인 사항이 되겠습니다.

 

가상의 아르헨티나가 준 교훈 - 피지컬 압박

우리가 속한 B조 중 최강 전력으로 평가되는 아르헨티나의 플레이 스타일은 짧은 패스를 근간으로 미드필드부터 잘게잘게 밀고 들어온다는 점에서 스페인과 유사하다 하겠습니다.

이번 평가전에서 우리의 수비 형태는 존디펜스를 바탕으로 순간적으로 숫적 우위를 점하는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점잖은 마크로 스페인의 빠르고 정확한 패스들에 제압 당하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공간을 효과적으로 방어하되 상대와 근접 마크가 성사된 경우 적극적인 몸싸움을 벌여주지 못한 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축구의 대표적 속설 중 하나인 "사람은 공 보다 결코 빠를 수 없다" 를 상기하면 수비 숫자가 많아도 제대로된 패스 한방에 위험한 장면이 도출되기도 합니다.
수비를 끈적끈적하게 하면서 주심의 성향에 맞추어 가끔 터프한 플레이를 섞어주면 상대방도 부담을 느끼며 양질의 패스 양산이 어려워질 것입니다.

 

 

대표팀의 긍정적인 모습들...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선 개선되야할 부분들이 분명 존재했지만 반대로 월드컵을 기대케 하는 장면들도 있었습니다. 일단 가장 눈에 들어왔던 것은 김정우 선수의 미드필드 가세입니다.

전반 기성용-김정우-김재성, 후반 김남일-김정우-기성용 으로 구성된 중앙미드필드진에서 가장 빛났던 선수는 현역 군인 김정우였습니다. 안정된 볼키핑, 답답한 상황을 풀어주는 깔끔한 패스, 악착 같은 대인 방어 거기에 전반 너무나 아쉬웠던 중거리 슛까지 김정우는 매우 좋은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박주영과 이청용이 선보인 콤비 플레이도 스페인의 간담을 서늘케 했습니다. 비록 여러 차례 시도되진 않았지만 전반 종료 직전 이 두 선수들이 엮어냈던 2:1 패스는 아주 멋진 장면이었습니다.

팀 전체적으로 보면 4-2-3-1 전형 가동시 중요한 요소인 좌우 측면 미드필더들의 적극적인 공수가담이란 측면에서 염기훈, 이청용 선수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주었습니다.
스페인의 공격 시간이 워낙 많았던지라 수비 지역에서 더 많이 보였던 이들이지만 수세시 4-5-1, 공격시 4-3-3으로 변형될 수 있는 4-2-3-1의 전술적 유연성이 괜찮은 단계에 도달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셋 피스 상황에서도 오프사이드 라인을 이용한 수비와 기성용의 프리킥을 헤더로 연결하는 모습은 준비가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아쉬운 몇 가지...

기성용 선수는 약관의 나이에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전자리를 꿰차고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많은 공을 세우며 우리의 기대를 많이 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근래의 평가전들에서는 컨디션 저하가 눈에 띄게 나타났고 이와 관련해 자신감마저 줄어드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안타깝습니다. 젊은 선수이니만큼 도전정신과 패기로 더 파이팅하기를 바랍니다.

수비를 잘해서 또는 상대의 실수로 얻어진 역습 찬스에서 전방으로 나가는 패스 타임이 조금 더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공격이 차단된 후 들어오는 상대방의 압박이 매우 심했지만 월드컵 본선에서 득점하려면 역습처럼 좋은 기회도 없다는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이탈리아 클럽들의 아름답기까지한 카운터 어택이 우리의 이청용, 박주영 등에 의해 실현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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