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6일 현충일 밤에 있었던 북한과 나이지리아의 평가전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이 월드컵 본선 B조에 속해 있는 아프리카 강호 나이지리아가 3:1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북한도 정대세가 1골을 잡아내고 홍영조가 골대를 맞추는 등 분전했지만 국제 경기 경험미숙을 드러내며 마지막 평가전을 마쳐야 했습니다.
국내외 각종 언론들에 의해 B조에 속한 4 국가중 아르헨티나에 이어 두번째로 16강 진출 확률이 높은 나이지리아는 가상의 대한민국인 북한을 상대로 거의 베스트멤버를 가동시키며 마지막 평가전에 임했지만 예전부터 지적되던 수비불안과 선수들간의 호흡부족을 노출시키며 아직 팀으로서 완성단계에 오르지 못했음을 시사했습니다.
우리나라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맞붙을 "수퍼 이글스" 나이지리아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날개를 펴지 못하는 수퍼 이글스
1996년 올림픽 우승으로 그 해 올해의 축구팀으로 선발되며 축구계에 파란을 일으켰던 나이지리아는 그 후 열린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도 16강에 오르는 등 아프리카 대륙의 축구 헤게모니를 거머쥐며 강팀으로 군림했습니다.
올초에 있었던 2010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참가한 나이지리아는 3위라는 좋은 결과를 얻고 토너먼트를 마감했지만 경기력만 놓고 따지면 커다란 인상을 남겨 주진 못했습니다.
당시 조별리그 첫 경기에선 이집트에 1:3으로 패배했었으며 두번째 경기 베넹전에서도 야쿠부의 페널티킥으로 간신히 1:0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8강전에서는 잠비아를 맞아 90분 동안 득점없이 비기고 승부차기에서 5:4로 피말리는 접전 끝에 4강에 합류했습니다.
나이지리아라는 팀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굉장히 좋고 잘하는 날의 이 팀은 누구도 말릴 수 없을 것 같은 포스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네이션스컵에서부터 조금 전 종료된 대 북한 평가전까지의 수퍼 이글스는 한마디로 특색이 잘 보이지 않는 팀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어제는 스타 플레이어 존 오비 미켈이 부상으로 월드컵에 참가할 수 없다는 소식과 축구협회의 지원 부족등이 보도되며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약간 어수선한 팀 분위기가 감지 되었습니다.
지도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한창 잘 나가고 주요한 업적을 쌓은 팀을 보면 출중한 경기력의 플레이어들이 존재하며 그들이 동료 선수들과 잘 조화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지도자들의 훌륭한 리더쉽과 선수단 운용입니다. 같은 선수단이지만 스타일과 전력이 차이나는 것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테프의 역량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수퍼 이글스는 2007년 팀이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았었습니다. 바로 1996년 유럽선수권 우승 감독 독일의 베르티 포그츠가 감독에 선임되었던 것이었습니다. 선수로서 그리고 지도자로서 이미 검증이 끝난 명장의 등장에
나이지리아 대표팀은 더욱 매서운 전력을 자랑하리라 예상되었지만 2008년 초 가나에서 열린 네이션스컵에서 기대와는 달리 8강에서 탈락하자 나이지리아 축구협회는 포그츠를 해임하고 자국 출신 제임스 피터스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겨버렸습니다.
만약 현재 나이지리아의 감독이 3개월 전 부임한 라스 라거백이 아니고 그대로 포그츠였다면 수퍼 이글스는 사상 최초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커다란 돌풍을 일으킬 팀으로 주목 받았을 것입니다. 물론 라거백 감독도 능력을 인정 받았지만 부임 기간이 너무 짧고 거의 10년이나 이끌어왔던 스웨덴이 월드컵 예선을 통과하지 못하고 맡은 감독이어서 단시간에 마법을 부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나이지리아는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특색없고 조직력이 부족한 팀이라면 우리나라가 진검승부를 펼쳤을때 굉장히 흥미로운 결과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측면 공격을 막아라...
한국이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할 때 가장 조심해야할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스피드와 발재간이 좋은 선수들에 의한 측면공격을 차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나이지리아가 완성된 전력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이유는 날카로운 공격력을 살릴 수 있는 안정적인 볼배급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이 부분에서 숨통을 트여주던 선수가 첼시 소속의 존 오비 미켈이었으나 무릎 수술로 이번 월드컵에 참여하지 못하는 점은 우리에게 분명 호재로 작용할 것입니다. 반면 우리가 측면 수비에 애를 먹을 경우 경기양상은 급격하게 한쪽으로 기울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측면에서는 수비 숫자가 공격에 비해 항상 많거나 같아야 하며 설사 돌파를 허용하더라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끝까지 마크를 해야 하겠습니다.
중원에서 타이트한 압박으로 공격의 템포를 끊어주고 사이드로 시도된 돌파를 적절히 막아낸다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불안정한 수비와 선수간의 호흡...
정대세의 만회골은 아무리 평가전이라지만 나오지 말아야할 장면이었습니다. 왼쪽 수비에서 중앙으로 패스하려던 공이 어이없이 프리로 있던 정대세에게 배달되었고 매서운 스트라이커 정대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나이지리아의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그 외에도 인터셉트 후 동료간 신체적 충돌이 일어나는 장면이나 골리가 수비에게 연결하려던 공이 사이드라인 아웃으로 이어진 장면들은 조직력이 좋은 팀 하고는 거리가 먼 것들이었습니다.
상대의 실수 그것도 상대진영에서 벌어진 상황은 우리로서는 득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바뀝니다. 90분 내내 잔 실수를 없애고 팽팽한 긴장감을 늦추지 않으면 벌어진 조직력과 호흡 사이로 우리의 승리 기회는 찾아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