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 / 2010. 6. 16.

[월드컵] 정대세의 눈물이 상업 축구에 던지는 메세지

정대세
[정대세의 눈물 (C)PicApp]

 

44년 만의 월드컵 출전

44년이란 긴 세월을 뒤로하고 월드컵이라는 세계축구무대에 다시 등장한 북한...
브라질, 포르투칼, 코트디부아르와 죽음의 G조에 속해 오늘 새벽 첫 경기를 치르었습니다.

여자축구 외에 오랫동안 국제축구계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북한인지라 비밀에 쌓인 팀으로 약간의 관심을 받긴 했지만 첫 상대가 세계최강 브라질이어서 모두들 삼바 축구의 쉬운 승리를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대 브라질 전


최소의 인원을 제외하고 줄곧 수비를 두텁게 섰던 북한은 카카, 호비뉴, 파비아누 등이 포진된 호화판 공격진을 상대로 전반 45분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만만찮은 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비록 후반 마이콘의 예상치 못한 슈팅과 호비뉴-엘라노로 이어지는 깔끔한 공격에 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경기종료 직전 정대세가 헤더로 떨궈준 공을 지윤남이 수비라인을 무너뜨리며 감격적인 득점을 성공시켜 잠시나마 브라질을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해외 언론들은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되는 브라질이 미미한 인지도의 북한에게 2:1 승리를 거둔 것에 대해 약간의 실망을 내비쳤고 북한의 김정훈 감독은 최강팀과의 대결에서 경험과 자신감을 얻었다며 44년만의 월드컵 본선 첫 경기를 총평 하였습니다.

 

 

 

정대세라는 스트라이커


붉은 유니폼을 입고 브라질이라는 몬스터 팀과 대결한 북한에는 정대세라는 아시아 정상급 스트라이커가 있습니다. 국적은 한국이지만 일본에서 태어났고 조총련계 교육을 받고 자란 정대세는 북한의 국가대표선수로 지난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맹활약함으로 북한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견인했습니다.

정대세가 경기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 것은 경기 휘슬이 울리기 전 양국 국가가 연주되던 시점이었습니다. 북한의 국가가 시작되고 선수 하나 하나를 따라가던 화면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정대세의 모습이 잡혔던 것입니다.


눈물이 흘렀던 정확한 이유는 본인 자신만이 알고 있겠지만 거의 반세기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거국적 감격과 축구선수로 최고의 무대에 서있는 자신에 대한 자긍심 그리고 그가 대표하고 있는 북한이라는 모국 아닌 모국에 대한 감정 그리고 그가 축구를 하면서 쏟았던 땀과 피와 눈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정대세의 눈물과 상업 축구


월드컵 무대에서 자국 국가가 울려 퍼지는 장면에서 지긋이 눈을 감고 열전을 다짐하는 선수들 때문에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던 사람들을 본 적은 있어도 피치 위에 서 있는 선수 자신의 눈가에 촉촉한 이슬이 맺혀 있는 장면은 처음이어서 조금 생경했지만 이내 정대세라는 인물이 지닌 배경을 생각하니 감동적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쇼맨쉽에 의한 것도 의도된 것도 아닌 순수에 의한 눈물에 가까웠습니다.

월드컵이 개막되기 전 빈번히 등장했던 뉴스는 어느 방송사의 월드컵 독점 중계권에 관한 논쟁이었습니다.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과 자유시장경쟁원리가 팽팽히 맞서는듯 했지만 종단에는 4년에 한 번 열리는 최고의 스포츠제전이 한 채널에 의해 독점 중계되는 일이 현재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방송사는 길거리 응원에 대한 타 방송사의 촬영에도 간섭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축구라는 스포츠가 상품성 있는 아이템으로 그 성격이 변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지금 열리고 있는 월드컵의 공식명칭은 2010 세계축구선수권대회가 아니고 2010 FIFA WORLD CUP SOUTH AFRICA입니다. FIFA는 말그대로 국제축구연맹이지만 언제부터 우승컵 명칭도 FIFA CUP으로 변경하고 이 커다란 이벤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비추어지기도 합니다. 4년전 독일월드컵에서도 우리나라 응원문화로부터 시발된 길거리 응원에 대한 시청료 이야기가 시작됐고 이번 대회에도 이런 부분의 일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스포츠 특유의 순수와 감동


물론 월드컵이라는 큰 행사가 상업적 논의를 빼고 이루어지진 않겠지만 스포츠 특유의 순수와 감동, 이야기거리는 약간 뒷전이고 파생되는 이익만이 부각되는 듯한 분위기는 결코 바람직스러워 보이지 않습니다.

감동이 부족한 시대... 하루가 멀게 입에 담기도 힘든 험악한 사건사고들이 벌어지는 시대... 사람보다는 Money가 더 중요한 시대... 주위 보다는 "내"가 더 중요해야 하는 시대...

6월 16일 새벽, 남아공 엘리스 파크 경기장에서 보여준 정대세의 눈물이 우리에게 어떤 메세지를 전달해 주고 있는지 잠시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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