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 / 2009. 8. 28.

박지성, 주전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

박지성
by commons.wikimedia.org / CC by licenses

 

프리미어리그 제3라운드에서 박지성 선수의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위건 애슬레틱을 5:0 으로 대파했습니다.

 

제2라운드 번리전의 패배로 자칫 EPL 초반 레이스에서 뒤처질 조짐을 보였던 맨유는 원정경기를 대승으로 이끌면서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릴 수 있었습니다.

 

박지성 선수와 조원희 선수의 맞대결로 국내에서 큰 관심을 모았던 이 경기는 두 선수 모두 출전하지 않아 후반기로 한국인 프리미어리거간의 승부를 미루게 되었습니다.

호날두가 레알로 건너가고 에이스라는 중책을 맡은 웨인 루니는 2골을 뽑아내며 팀승리의 일등공신에 되었고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와 마이클 오언도 스트라이커로 한 골씩 기록하며 득점에 목말랐던 맨유 팬들의 갈증을 시원히 해소시켜주었습니다.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했던 안토니오 발렌시아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며 루니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하는 정확한 크로스를 배달했고 왼쪽 사이드를 담당했던 루이스 나니도 경기 종료 직전 호쾌한 중거리 프리킥을 골로 연결시키며 공격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경기 선발 라인업에 섰던 박지성 선수는 팀의 압도적인 승리를 관중석에 앉아서 축하해 주어야 했습니다.

 

 


커뮤니티쉴드부터 3라운드까지 맨유의 윙어 포지션에는 로테이션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주중에 리그 경기나 컵 대항전을 치러야 하는 일정을 유럽에서 English Week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맨유와 같이 여러 대회에 참가하는 팀들은 밀도 높은 일정으로 매번 선발 출전 선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박지성 선수의 시즌 초반 행보는 그리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호날두의 레알행으로 맨유의 측면 한 곳은 박지성 선수가 붙박이 주전을 맡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습니다만 09/10 시즌이 개막되고 3라운드가 지난 현재 포지션 경쟁은 계속 가열화 되고 있는 형국입니다.


여기서 박지성 선수의 주전경쟁에 도움이 될 만한 요소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위험 지역에서의 "뻔뻔함"은 "과감성"이라고도 불리운다...

맨유가 공격을 시도할 때 박지성 선수는 측면 미드필더임에도 종종 최전방까지 올라가 순간적으로 최종수비와 미드필더 사이의 공간으로 패스를 받으러 움직입니다.

 

맨유의 윙어 중 유일하게 박지성 선수에게서만 보이는 전술적 움직임입니다. 수비로 둘러싸인 이 공간에서 제일 좋은 선택은 마크가 비어 있거나 헐거워진 동료 선수에게 원터치로 볼을 연결하는 것입니다.

 

퍼스트 터치가 초일류급이 아닌 선수로서는 일단 공을 잡게 되면 주위의 엄청난 압박으로 실수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지난 번리 전에서 박지성 선수는 비슷한 경우에 부드럽지 못한 트래핑으로 "투박한 볼터치"라는 언론의 쓴소리를 들었습니다.

 

이는 선수의 기술도 그렇지만 박지성 선수의 심리 상태와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다음 플레이가 머리에 그려지지 않았는데 공을 받으려다 퍼스트 터치의 집중력이 떨어져 버린 것입니다.

 

이런 경우 박지성 선수에게 요구되는 것은 플레이의 "뻔뻔함"으로 보여집니다. 상대 위험지역에서 또 답답한 상황에서 펼쳐지는 뻔뻔한 플레이는 종종 결정적인 찬스로 이어질 수 있고 의도한대로 되지 않아도 상대방이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머뭇거리다 공을 뺏겨 역습을 당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여기서 언급한 뻔뻔한 플레이란 눈에 보이는데 어거지로 고집스레 행하는 것이 아닌 생각지도 못한 어떤 공격작업을 펼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기습적인 논스톱 슈팅, 뒷금치를 사용한 노룩패스, 볼 흘리기 등 상대방의 허를 찌를 수 있는 것들입니다. 또 다른 의미에서의 뻔뻔함은 공을 잡고 절대 당황하지 않는 것입니다.

 

공을 오래 소유하지 않는 박지성 선수는 "패스"라는 미덕을 가지고 있으나 과감하게 개인기술로 승부를 걸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과감성은 상대방의 위험지역이라는 전제조건을 만족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현미경을 벗어나라...

박지성 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붉은 유니폼을 처음 입은 것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 갑니다.

올드 트래포드를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선수로 다섯번 째 시즌을 맞고 있는 박지성 선수는 이미 상대할 팀들에게 그의 플레이 스타일이 거의 분석되어져 있다고 봐야 합니다.

 

박지성 선수의 장단점은 축구에 관심이 있다면 다른 대륙에 있는 사람들도 알고 있습니다. 이는 어떤 상황에서 박 선수가 공간침투를 할 것인지 뒤에서 기다릴 것인지 패스를 할 것인지 슛을 할 것인지 대부분 간파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박지성 선수에게 꼬리표 처럼 붙어다니는 공격포인트 부족이라는 불명예를 타파할 수 있는 힌트가 숨겨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어떤 일에 숙련자가 된 사람은 그 레벨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시도를 했던 사람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호날두의 경우 득점왕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골들을 기록했지만 그의 정말 많았던 슈팅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박지성에게 "골도 터트릴 수 있는 선수"라는 평가가 붙으려면 주어진 기회에서 수긍이 갈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축구선수의 긍정적인 변신은 팀이나 본인에게 모두 이로울 수 있습니다. 순둥이라는 성실한 이미지가 있는 박지성 선수에게 상대방과의 심리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영민함이 추가되면 팀내 입지가 더욱 올라갈 것입니다.

 

 

 

멋진 한 시즌을 바라며...

한편에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레알행이 박지성 선수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팀 전체의 밸런스를 위해 꼭 필요했던 박지성 선수가 이제는 공격력이 최대 화두가 된 맨유에서 자신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그러나 박지성 선수의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언제나 어려운 상황을 특유의 성실과 도전정신으로 헤쳐 나가며 자신을 한단계 도약시키는 발판으로 삼았던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35번의 리그 경기, 각종 컵대회, 챔피언스리그...   또 한 번 진화하는 박지성 선수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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