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 / 2009. 8. 27.

제라드-토레스 라인에 걸린 과부하

by anothersaab / CC by licenses

 

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가 8월 중순 개막되고 제3라운드를 마쳤습니다.

 

시즌이 시작되기전 우승후보군에 속했던 리버풀은 3전 1승 2패의 성적으로 현재 리그 10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아직 2게임밖에 소화하지 않은 팀들이 있다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현재 앤필드의 선수들은 "리버풀"이라는 이름값에 한참 모자란 결과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상황은 좀더 악화됩니다. 08/09 시즌 리버풀이 38경기 동안 당했던 패배는 단 두 경기밖에 없었습니다. 새로운 시즌의 첫 3경기중 벌써 2패를 기록하고 있는 리버풀로선 꿈에도 원치 않았던 스타트입니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아직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고 팀이 가지고 있는 통산 우승기록도 이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동률을 허락해 버린 현 시점에서 잉글랜드 챔피언 재등극은 리버풀의 지상최대과제입니다.


예상과는 다르게 험난한 초반행보를 보이고 있는 리버풀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중원 패스마스터의 부재

리버풀은 중원에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을 배치하는 전형으로 경기를 치르고 있습니다. 마스체라노와 루카스가 수비라인 앞에서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고 공격작업 시 공의 운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원의 패싱게임을 통해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어가야 하는 리버풀임에도 패스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하는 문제점이 경기를 통해 나타나고 있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들의 수세 시 활약은 괜찮으나 경기를 매끄럽게 풀어나가는 장면에서 미흡함이 보이는 것입니다.

 

지난 시즌까지 리버풀의 중원에는 걸출한 플레이 메이커 사비 알론조 선수가 있었습니다. 적절한 볼배급은 물론 "대륙횡단패스"라고 불리는 정확한 롱패스에 일가견이 있어 팀의 공격전개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사비 알론조는 현재 레알 마드리드의 유니폼을 입고 스페인에서 뛰고 있습니다. 본인이 강하게 레알행을 원했고 라파 베니테스 감독과의 사이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체 선수로 영입된 AS 로마의 아퀼라니는 아직 EPL에서 검증되지 않았고 팀적응기간도 거쳐야 하기에 사비 알론조의 그림자는 쉽게 거쳐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볼란치 성향의 선수를 두 명 배치하고도 중원에서 원활한 패싱게임을 하지 못하면 결과는 공격력의 약화로 나타납니다. 최전방에 위치한 스트라이커의 수가 보통 팀보다 한 명이 적기 때문입니다. 마스체라노, 루카스 두 선수 모두 좋은 플레이어이지만 경기를 만들어가는 능력에서 조금 아쉬워 보입니다.

 

   

 

 

사이드를 흔들어라

리버풀은 예전부터 빠르고 다이내믹한 윙어를 소유하기 원했으나 운이 좋지 않았습니다.

 

저메인 페넌트, 마크 곤잘레스 등이 리버풀의 윙어 갈증을 해소시켜 줄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여러가지 이유로 팀에 큰 보탬이 되지 못했습니다. 현재 리버풀에서 측면을 제대로 흔들어 줄 수 있는 선수는 수비수인 글렌 존슨이 유일해 보입니다.

 

상대적으로 압박이 적은 사이드에서 날카로운 플레이가 일어나지 않으면 상대방은 보다 안정적으로 수비에 임할 수 있습니다.  제3라운드 아스톤 빌라전에 선발 출전했던 베나윤과 카이트는 클래식 윙어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카이트는 네덜란드 페예노르트 시절 매 시즌 많은 골을 뽑아내던 특급 스트라이커였습니다. 리버풀에 와서는 측면에서 자주 플레이 하지만 지난 12일 네덜란드와 잉글랜드의 친선경기에선 팀의 원톱으로 출전해 선제골을 잡아내며 중앙공격수의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베나윤은 같은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바벨과 리에이라와의 경쟁에서 감독의 선택을 받아 빌라전 스타팅 라인업에 섰습니다. 좌측면을 담당했던 베나윤은 중앙 성향이 강해 공을 몰고 가운데로 드리블하다 적절한 패스타임을 놓치는 장면을 자주 노출시켰습니다. 왼쪽 풀백 인수아와의 호흡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이드 공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중앙 공격도 덩달아 힘들어졌습니다.    



제라드-토레스 라인에 걸린 과부하

중원에서 적절한 볼배급을 받지 못하고 사이드에서도 제 역할을 못해주자 리버풀 공격을 이끌고 있는 영혼의 콤비 제라드-토레스 라인에 과부하가 걸리고 맙니다.


빌라 전을 보면 토레스는 외로이 수비수들과 수많은 공중볼 다툼을 하며 그라운드에 계속 쓰러져야 했습니다. 어쩌다가 공을 받아도 상대 태클에 걸려 반칙을 당하거나 흐름이 끊겼습니다.

 

제라드의 상황도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게임이 원활히 풀리지 않자 거의 프리롤이었던 캡틴은 미드필드 아래로 내려와 패스에 관여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토레스와 멀어져 버린 제라드는 그의 스트라이커와 환상 호흡을 보일 수 있는 기회가 자동적으로 줄어 들었습니다.


앤필드를 방문하는 팀들은 리버풀을 상대하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바로 수비를 두텁게 서면서 제라드-토레스 라인의 파괴력을 최대한 줄여놓고 상대가 헛점을 노출시킬 때 날카롭게 파고들며 경기를 풀어가는 것입니다.

 

자연적으로 제-토 라인은 상대의 견제를 많이 받게 되고 그들의 저지에 묻는 잔디와 흙의 양은 늘어나게 됩니다.


여기서 리버풀은 리그의 선전을 위한 인사이트를 찾아내야 합니다. 제-토 라인을 막기 위해 사용된 수비역량이 제대로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을 리버풀의 다른 선수들이 찾아 이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측면을 이용한 흔들기 일수 있고 때로는 중앙으로의 위협적인 공격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공격루트가 다채로워지면 제라드-토레스 라인도 탄력을 받고 팀 전력이 더욱 상승할 것입니다.

 

 

 

덧붙임

전반 5분경 제라드의 슛이 골키퍼 발 맞고 나온 장면은 리버풀로서 매우 아쉬운 장면이었습니다. 아주 이른 시간에 선제골이 터졌다면 리버풀의 제3라운드 홈경기는 비교적 쉽게 풀 수 있었을 것입니다.


본문에 리버풀의 좋지 않은 부분만 언급했지만 실점장면을 들여다보면 아주 나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자책골, 전반 종료직전 코너킥에 의한 헤딩골, PK...


하지만 우승을 목표로 하는 강팀이라면 좋지 않은 분위기를 바꿀만 한 저력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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