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 / 2009. 8. 31.

아스날 잡은 맨유, 진정한 강팀인 이유

맨유

[캡쳐=맨유vs아스날 (C) 맨유 홈페이지(manutd.com)]

프리미어리그 제4라운드 최고의 매치업으로 많은 팬들의 관심을 모았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스날의 경기는 행운이 따라주었던 홈팀 맨유의 2:1 신승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로써 맨유는 빅4와의 첫 경기에서 승점 3점을 확보하는 동시에 번리전 패배 이후 2연승을 거두며 괜찮은 시즌 초반을 이어나갔습니다. 반면 아스날은 쾌조의 리그 2승 후 라이벌 맨유에게 첫 패배를 당하며 최근 가파은 상승세가 한 풀 꺾이고 말았습니다.

프리미어리그 출범이후 최고의 라이벌전이자 퍼거슨 경과 벵거 교수의 지략대결로도 유명한 맨유 VS 아스날 전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아스날을 상대한 맨유의 전략

맨유는 아스날을 상대로 최전방에 웨인 루니 혼자만을 남겨둔채 미드필드를 두텁게 서는 4-5-1 전형으로 나섰습니다. 최근 아스날의 막강한 화력과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패싱게임을 염두에 둔 퍼거슨 감독의 대 아스날 맞춤형 전형으로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맨유가 이번 시즌 주 전술이었던 4-4-2에서 스트라이커 한 명을 줄이고 중원을 강화한 이유는 현 아스날의 수준 높은 경기력에 대한 견제와 아직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한 팀전력의 불안정성으로 풀이 할 수 있습니다.  
플레처와 캐릭으로 하여금 상대 중앙 미드필더들에게 강한 프레싱을 가하게 해서 아스날의 경기운영을 어렵게 만들고 여기서 파생된 기회를 라이언 긱스와 웨인 루니의 콤비 플레이를 이용해 득점으로 연결하겠다는 의중이 깔려 있는 선수 기용이었습니다. 따라서 로테이션 가동시 선발 출장이 유력했던 우리의 박지성 선수는 팀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위해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해야 했습니다. 포지션 경쟁자들인 나니와 발렌시아가 공격력 면에선 박지성 선수보다 높게 평가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짜피 맨유와 아스날의 경기는 어느 한 팀이 일방적으로 몰아부치는 게임이 아닌 무승부 아니면 1-2 골의 박빙 승부이기 때문에 그때 그때 팀 실정에 맞게 선수기용과 전술이 바뀌는 것은 그리 이상해 보이지 않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아스날전 패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스날을 상대로 100% 완전하지 않은 투톱 시스템 보다는 게임 내용에서 밀리지 않을 카드를 꺼내들고 경기에 임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적으로도 맨유의 전략은 일정부분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중앙에서 거칠고 터프한 압박을 가한 덕에 상대 플레이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했고 간헐적으로 역습 기회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킬패스를 넣어주어야 했던 긱스가 생각보다 컨디션이 좋지 못했고 아스날 수비 조직력이 매우 탄탄해서 선제골을 비롯한 필드골을 잡아내는데에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최고 레벨의 압박과 게임 템포

제4라운드 맨유와 아스날의 경기는 90분이 언제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수준 높은 압박과 스피디한 경기 진행으로 화면에 집중하게 만든 명승부였습니다.   
승점은 2:1로 이긴 맨유가 가져갔지만 경기 자체만을 놓고 봤을 때 아스날의 손을 들어줄만한 경기내용이었습니다.
양팀 모두 거칠고 신속한 전방위 압박을 통해 상대 공격 전개를 어렵게 만들었고 좋은 공격기회를 맞으면 빠른 템포로 상대 골문을 행해 나아갔습니다. 비록 인상 깊게 연결된 패스나 한편의 작품이 될만한 장면은 그리 많지 않았어도 경기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내재했고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자세가 어느때 보다도 진지해 보였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아스날 미드필더들의 성장입니다. 지난 시즌 덜 여물고 아직 미숙해 보였던 송, 디아비, 데닐손은 그들을 향한 불안한 시선을 뒤로하고 자신들이 왜 아스날의 유니폼을 입고 플레이하는지 최근 경기를 통해 증명해 나가고 있습니다.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도 많지만 그들의 앞에 놓여 있는 미래를 생각해 보면 아스날 팬들은 무지 즐거울 것입니다. 반면 맨유의 득점을 하기 위한 플레이들은 아직 날카롭게 담금질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아스날 전에서 맨유가 쉽게 경기를 풀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양 윙어들이 기대만큼 위협적인 몸놀림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나니는 패스타임에 항상 문제를 안고 있고 자신의 개인역량을 살릴만한 영리한 플레이에 아쉬운 모습이었습니다. 또한 발렌시아는 약간 단순해 보이는 플레이 패턴이 상대방에게 읽혔고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인 스피드에서 클리시를 제압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선의 전력을 가동하기 힘든 상황에서 차선책으로 승부에 나선 맨유의 저항은 상승세의 아스날도 쉽게 뚫지 못할만큼 강한 것이었습니다.
       

맨유가 강팀인 이유

퍼거슨 감독은 여러 상황을 고려해 보았을 때 진검승부로 나섰을 경우 아스날에게 승산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팀을 상대로 최소한 무승부나 나아가 승점 3점을 보태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맨유는 아스날 경기를 통해 좋은 예를 보여주었습니다. 그것도 팀이 리빌딩 중이고 중요선수들이 부상 중에 얻은 결과여서 그 가치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손에 잡은 패가 상대방 보다 약해 보이지만 노련한 팀 운영으로 게임에 지고 우승 경쟁에서 멀어지는 최악의 경우를 벗어난 것입니다. 객관적으로 전력이 우월한 상태에서 거두는 승리는 당연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도 승점을 관리하는 것은 진정한 강팀이 지니는 특성중 하나입니다.
몸을 사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단단한 수비진, 그것을 밑바탕으로 여론에 휘말리지 않고 냉철한 판단으로 팀을 운영해가는 지도자, 거기에 곁들여진 행운이 맨유가 라이벌전을 승리로 이끈 이유라 하겠습니다.


아르샤빈의 선제골은 정말 멋졌습니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벼락같이 터진 빨랫줄 중거리 슛...
페널티킥 장면은 항상 토론거리를 제공합니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이고 심판의 시선을 고려하면 오심이라 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느린 화면으로 보면 루니는 어느정도 넘어질 각오를 한 듯 보여집니다.
축구선수에게 자책골에 대한 미안한 심리는 쉽게 떨쳐버리기 힘든 것이지만 아픔을 성숙의 자양분으로 삼는 디아비 선수가 되었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 토요일 오전에 축구를 하다가 허벅지에 부상을 입었습니다. 조금 고생 하다가 이제 괜찮아져서 리뷰를 올립니다. 햄스트링이라 하던데 생각보다 통증이 심해 놀랐습니다. 축구 하시는 여러분 몸 조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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