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 / 2009. 9. 22.

"Barcelona" 라고 쓰고 "Magic" 이라 읽는다

바르셀로나
[사진 = FC 바르셀로나 (C) 바르셀로나 홈페이지(fcbarcelona.com)]

 

지난 주에 있었던 스페인 프리메라 디비젼 제3라운드 FC 바르셀로나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경기는 환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인 바르셀로나가 5:2의 대승을 거두며 마무리되었습니다.

 

지난 시즌 트레블의 영광을 달성한 바르셀로나는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괴물 스트라이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영입하며 오펜스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고 기존의 스타 플레이어 메시, 앙리, 사비 등의 압도적인 경기력이 그대로여서 이번 시즌에도 좋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하나의 유기체 처럼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미드필드의 매력적인 패싱게임과 이를 바탕으로한 중원 장악에 이은 엄청난 볼점유율, 여기에 비범한 재능을 소유한 공격수들의 차원이 다른 공격력... 바르셀로나의 라 리가 3번째 승리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성공적으로 적응해가는 즐라탄

바르셀로나 선제골의 주인공은 이브라히모비치였습니다. 골이 만들어지는데 필요했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골키퍼 발데스가 왼쪽 풀백 맥스웰에게 패스를 했고 맥스웰은 앞쪽에 자리 잡았던 부스케츠에게 공을 넘기고 오버랩을 시도했습니다. 중앙선 근처에서 공을 잡은 부스케츠는 짧은 드리블 후 최전방의 즐라탄에게 쓰루패스를 넣어주었습니다.

 

수비수 두 명과 함께 공을 향해 달려가던 즐라탄은 수비의 태클을 이겨내고 마침 각을 줄이려 달려나온 골키퍼의 오른쪽으로 발 아웃사이드를 이용해 슛을 한것이 첫골로 이어졌습니다. 발데스-맥스웰-부스케츠-즐라탄으로 이어지는 아주 단순하고 간결한 공격이었습니다.

이런 골장면은 보이기에는 아주 심플하지만 경기에서 그리 자주 볼 수는 없습니다. 이날 야야 투레를 대신해 선발 출전한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 부스케츠가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그림 같은 전진 패스를 한 것이 골의 발단이었고 오프사이드에 걸리지 않고 패스를 받아낸 즐라탄의 스피드와 수비를 이겨낸 밸런스 그리고 골키퍼의 움직임을 계산한 날카로운 골감각이 결말을 지은 한편의 작품이었습니다.

 

지난 시즌 라 리가에서 24번(16 선발 8 교체) 모습을 보인 부스케츠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도 중앙 수비로 내려간 투레를 대신해 수비형 미드필더로 무난하게 활약하며 가능성을 보여 주었습니다.

바르셀로나가 에투와 현금을 얹어 주면서까지 인터 밀란에서 데려온 즐라탄은 현재까지 라 리가 3경기에 출전해 3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카탈루냐 함대에 성공적으로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메시와 사비 - 이 남자들이 사는 법

사비와 메시가 만들어낸 이 날의 두번째 골은 축구에서 볼 수 있는 최상의 장면 중 하나였습니다. 아틀레티코 진영 PA 중앙쪽 멀지 않은 곳에서 공을 받은 사비는 오른쪽 사이드에서 수비를 돌아 들어가는 메시에게 최종수비라인을 넘기는 말 그대로 "환상적인" 로빙 패스를 넣어주었습니다.

 

오프사이드를 교묘하게 피해 박스 안에서 공을 연결 받은 메시는 그대로 골문으로 드리블해 들어갔고 방어하려는 골키퍼에게 아주 짧은 슛 페인트를 넣었습니다. 순간적으로 반응한 골키퍼는 자리에 주저 앉았고 메시는 골키퍼를 조금 지나쳐 그대로 빈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사비는 한 시즌을 통털어 패스 성공률 80% 이상을 찍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중앙 미드필더로 여겨집니다. 이 패스 마스터는 킥의 기술도 다양해 안정적인 경기 운영 외에도 입이 딱 벌어지는 마술 같은 패스를 종종 보여주기도 합니다.

 

거기에 수비의 압박을 벗어나는 기민함과 안정적인 키핑을 기본사양으로 갖춰 지난 유로 2008 최우수 선수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사비의 완벽한 패스를 받아 그에 호응하듯 멋진 마무리를 선보인 메시는 그가 왜 마라도나의 재림인지 저절로 수긍이 가는 장면들을 많이 연출해 내고 있습니다.

 

 

 

데드볼 스페셜리스트 추가요!!

바르셀로나의 세번째 골은 셋 피스 상황에서 나왔습니다. 골문으로부터 27-8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심호흡을 하며 프리킥을 준비했던 다니엘 알베스는 빨래줄 같은 캐넌포를 반대쪽 포스트에 꽂아버리며 사실상 경기의 향방을 바르셀로나쪽으로 굳혀 놓았습니다.

 

이미 컨페더레이션스 컵에서 대포알 같은 프리킥으로 브라질을 살린 바 있는 알베스는 그렇지 않아도 막강한 바르셀로나의 공격력에 데드볼 상황에서의 중거리 슛도 옵션으로 추가시켰습니다.

키다리와 꼬마의 앙상블

바르셀로나의 3톱은 그 자체로도 수비에게 부담을 주지만 서로 위치를 바꾸는 스위칭으로 더욱 날카로운 면모를 발휘합니다. 바르셀로나의 세번째 골은 현대축구에서 효과적인 공격작업으로 자리매김한 이 스위칭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왼쪽 사이드로 흐르는 패스를 따라간 즐라탄이 중앙으로 이동해 있다가 순간적으로 열린 공간을 향해 빠지는 메시를 보고 수비수 두 명 사이로 패스를 넣어 주었고 완숙된 기술로 공을 받은 메시는 수비를 달고 엔드라인까지 치고 들어가 골대쪽으로 크로스를 해 주었습니다.

 

묘사된 상황은 복잡하지만 실제 피치 위에서 실행된 공격의 속도는 매운 빨라 빈 공간으로 들어오던 케이타가 발만 갖다대는 것으로 아틀레티코는 네번째 실점을 하고 말았습니다.


올시즌 처음으로 같은 유니폼을 입고 플레이하는 팀의 최장신과 최단신이 합력해 만든 멋진 골이었습니다.

 

 

또 다른 천재 이니에스타

바르셀로나에는 "천재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선수가 유독 많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니에스타로 그가 보여주는 고유의 공격적 창의성은 바르셀로나 전력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이날 사비와 교체로 후반에 투입된 이니에스타는 메시의 2번째 골을 알베스와의 공동작업으로 도우며 부상복귀 후 경기 감각과 컨디션을 조절했습니다.
이미 지난 시즌을 통해 바르셀로나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이니에스타가 정상 컨디션을 찾는다면 팀의 전술적 완성도를 높여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시즌 챔피언스리그에도 참가하고 있는 리그의 강팀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상대로 전반 45분 동안 보여준 바르셀로나의 환상적인 경기력은 "매직"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인 것이었습니다.

현재 바르셀로나와 승점은 같지만 골득실에서 앞서 리그 1위 자리에 올라 있는 "네오 갈락티코" 레알 마드리드와 펼칠 엘 클라시코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바르셀로나는 이날 2실점을 하며 수비에 개선점을 남겼습니다. 새로 영입된 센터백 치그린스키는 새로운 무대에 적응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고 부스케츠는 아구에로의 득점장면에서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후반전은 전반에 비해 약간 정체된 느낌이었습니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니만큼 경기들을 좀더 지켜보아야겠습니다.


앙리는 경기 시작하자마자 날카로운 중거리슛을 시도했습니다. 골대 상단에 맞고 나와 득점은 되지 않았지만 이후에도 활발한 몸놀림을 보여주었습니다.

 

후반에는 즐라탄과 위치를 변경해 중앙에서 많이 뛰었습니다. 포지션 경쟁상대는 아니지만 새로운 수퍼스타의 등장이 앙리에게 동기부여가 된것으로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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