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 / 2010. 11. 24.

홍명보호는 훌륭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 남자 축구 한국 VS UAE 준결승전은 우세한 경기내용을 보이고도 연장 막판 통한의 결승골을 내준 홍명보호의 0:1 패배로 끝이 났습니다.

전반 초반을 제외하곤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잡고 여러 차례 골찬스를 만들어냈던 태극전사들은 아시안게임 4강 전에서 또 한번 중동 팀을 넘지 못하고 징크스를 떨쳐버리지 못했습니다.

이로써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24년만의 축구 금메달을 노렸던 우리나라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으로 못다한 숙제를 미뤄야했습니다.

하지만 시원한 경기내용과 기술이 바탕이된 조직적인 축구를 선보인 홍명보호는 비록 황금색은 아니지만 다른 색깔의 메달을 놓고 25일 이란과의 대결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경기내용은 OK, 하지만 골 결정력은 ??


이 날 탄탄한 전력을 보였던 UAE를 맞아 훌륭한 경기를 펼쳤던 태극전사들은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상대 골문을 향해 멋진 공격들을 보여주었습니다. UAE는 수비를 단단히 서다가 빠르게 전방으로 넘어가는 공격을 주 루트로 삼았고 미드필드에서의 조직적인 압박과 위협적인 카운터어텍을 간간히 보여주었습니다.

김정우, 구자철 선수는 공수 균형을 잘 잡아주며 허리에 힘을 실어 주었고 홍철과 김보경 선수는 빠른 발과 감각적인 패스로 UAE를 공략했습니다.

오른쪽의 신광훈과 왼쪽의 윤석영도 적절한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었고 홍정호와 김영권 두 센터벡도 강한 제공권과 악착같은 대인방어로 수비에 임했습니다.

전반적으로 홍명보호는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가 잘 맞아 보였고 개개인의 능력도 괜찮아 보였습니다. 경기 운영도 그리 나쁘지 않았고 젊은 선수들과 와일드 카드의 궁합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경기의 주도권을 잡고 양 사이드까지 잘 침투했던 태극전사들에게 아쉬운 점은 딱 한 가지였습니다.

바로 “골 결정력”.

홍정호의 헤딩슛, 박주영의 터닝슛과 백힐, 서정진의 로빙슛, 윤석영, 홍철의 왼발슛 등 대한민국은 수차례 골과 비슷한 장면들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지만 결정적으로 상대방의 네트를 흔드는 일에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이와는 상반되게 UAE는 몇 번 오지 않는 골 기회에서 득점함으로 결승전에 진출했습니다.


이범영의 선택은 타당했다.


연 장 후반 이범영의 투입은 전술적으로 승부차기를 염두에 둔 홍명보 감독의 선택이었습니다. 이는 팀 수장의 매우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승부차기에 돌입하지도 못한채 골을 허용해 결과론적으로 비난을 받는 형국이지만 이는 말 그대로 결과론일 뿐입니다.

연장전에서도 UAE 선수들은 우리 선수들에 비해 매우 지쳐보였고 골을 향한 적극적인 의지도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행운의 여신은 이날 UAE 편에 있었고 우리에게는 매우 불행한 저녁이었습니다.


미래가 기대되는 홍명보호


이번 아시안게임 축구경기를 지켜보는 입장에서 홍명보호는 매우 매력적인 팀이었습니다.
우선 개개인의 기술적인 완성도가 그 나이 때에 비해 완숙해 보였고 축구 자체를 즐길 줄 아는 마인드 자체도 좋아 보였습니다.

골리-센터백-중앙미드필더-공격수로 이어지는 팀의 중앙라인도 매우 탄탄해 경기 주도권을 쉬 내주지 않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물론 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김승규, 이범영 선수는 일단 체격조건이 좋고 볼 핸들링이 수준급이었습니다.
센터백들은 제공권 장악과 기본적인 패스전개, 셋 피스시 공격가담이 우수해 보였습니다.

가장 흐뭇한 일은 중앙 미드필더들의 활약이었습니다. 구자철, 김보경 선수를 보고 있으면 이들이 전성기를 맞이할 때를 생각하느라 입가에 자동적으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이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해 마지 않습니다.

아직 3,4위 결정전이 남아 있습니다.
비록 목표달성에는 실패했지만 피치 위에서 구슬땀을 흘린 우리 젊은 선수들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이 필요합니다.
by  백조트래핑

사족
박주영의 세리모니가 꼭 보고 싶은 경기였습니다.
신광훈은 마르세유 턴으로 청소년월드컵 브라질 전을 회상케 했습니다.
윤석영은 앞날이 촉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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