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 / 2009. 9. 7.

호주 평가전의 교훈, 셋 피스 제공권

축구대표팀

[사진=대표팀 선수들 (C) 대한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kfa.or.kr)]

2010 남아공 월드컵이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현재 각 대륙별로 한창 예선전이 치뤄지고 있고 우리나라는 일찌감치 본선행을 확정 지은뒤 최상의 전력을 위한 본격적인 다듬질을 하고 있습니다.
주말에 있었던 호주와의 친선경기는 대표팀의 경기력이 나아지고 있음을 확인한 좋은 기회였고 앞으로 더 보완해야할 부분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 괜찮은 평가전이었습니다.
이번 경기를 보며 우리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 대비해 철저한 준비를 해야할 셋 피스 상황시 수비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 본선에서 우리는 토고, 프랑스, 스위스를 맞아 총 4골을 실점했습니다. 이 중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필립 센데로스에게 허용했던 선제 헤딩슛은 이번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나온 키스노르보의 득점 장면과 매우 닮아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우리 진영 왼쪽 측면에서(PA와 비교적 먼 지점) 하칸 야킨이 왼발로 골대를 향해 휘어지는 프리킥을 구사했고 높이에서 우위를 보인 센데로스가 최진철 선수의 마크를 이겨내며 선제골을 잡아냈습니다. 두 선수는 이마끼리의 충돌로 각각 붕대를 둘러야했습니다.

후자의 실점장면도 위와 거의 비슷했습니다. 브레시아노가 우리 진영 오른 측면에서 역시 골문쪽으로 휘어지는 프리킥을 날렸고 키스노르보 선수가 비교적 자유로운 상태에서 이마에 정확히 공을 맞추며 추격골을 성공시켰습니다.

피치 위를 보면 두 종류의 흰색 박스가 보이는데 하나는 페널티 에이리어로 불리며 이 안에서 수비측의 파울이 일어나면 페널티 킥이 선언됩니다. 엔드라인으로부터 16M의 거리를 두고 있는 이 페널티 에이리어 안에 또 하나의 직사각형 존이 있는데 이는 골키퍼 보호구역으로 불리며 이 안에서 공격수와 골키퍼의 신체접촉이 일어나면 심판은 골키퍼 차징을 선언하며 수비쪽의 공격권을 선언합니다. 이 박스는 라인으로부터 5M의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유럽축구에서 이 골키퍼 보호구역인 5M 박스 안쪽으로 날아오는 공중볼은 대개 골키퍼가 직접 나와 처리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직접 슈팅이 불가능한 위치에서 이런 형태의 프리킥이 나오면 공의 비행거리가 있기 때문에 골키퍼가 공을 보고 판단할 시간이 있거니와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포지션이기 때문에 공격수의 헤딩을 미리 차단할 수 있습니다. 공을 낚아채거나 아니면 주먹을 이용해 멀리 쳐내는 것은 골키퍼의 역량에 따라 다릅니다.

호주전의 실점 장면을 보면 공격수들이 쉽게 5M 박스 안쪽으로 쇄도해 들어왔고 우리 골키퍼의 판단도 신속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누구의 잘못이 더 결정적이었나가 아니라 이런 상황을 대비한 시뮬레이션 훈련이 몸에 배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보입니다.

대표팀 수문장 이운재 선수는 대단한 골키퍼 입니다. A 매치 124경기 출장으로 이미 센추리클럽에 가입해 있고 그 많은 경기를 치루는 동안 골을 허용한 횟수는 경기 수보다 적은 104번 뿐입니다. 기록을 들이대지 않아도 이운재 선수는 그동안 믿음직한 모습으로 대표팀 골문을 단단히 지켜주고 있습니다. 특히 그가 주전 골키퍼로 경험한 두 번의 월드컵과 수 많은 리그 경기들은 황금을 주고도 사지 못하는 매우 값진 대표팀의 자산입니다. 판단력이 좋고 평정심을 잃지 않으며 위험한 상황에서 수퍼세이브를 보여주고 PK도 잘 막아냅니다.

하지만 182CM, 90KG인 이운재 선수의 페널티박스 내 공중볼 장악력은 월드컵 본선에서 우리를 상대하는 팀들의 공략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셋 피스 상황에서는 엄청난 피지컬의 상대 수비수들도 공격수들과 더불어 골을 노릴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현재 상황에서 남아공행 비행기에 오를 우리 대표팀의 주전 수문장은 이운재 선수로 보입니다. 객관적으로 따져 봤을 때도 최적의 선택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공중볼 장악력을 제외하면 어디 하나 나무랄데가 없어 보이는 이운재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선수 구성이 이렇게 된다면 대표팀은 비슷한 상황을 무리 없이 넘길만한 수비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상대 선수들이 쉽게 움직이지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체크를 해주고 골키퍼와 수비수들이 좋은 호흡을 보이며 약점을 최소화 해야합니다.

여태까지 우리와 같은 조에 편성되었던 나라들을 보면 대개 유럽 2팀과 규칙상 아시아를 제외한 다른 대륙 1팀이었습니다. 다음 라운드 진출을 놓고 불튀기는 접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셋 피스에서의 수비력을 보완해 실점을 최소화하고 이렇게 든든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선전을 펼치는 우리 대표팀의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이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여러분들 덕분에 좋은 경험을 하나 하게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더욱 노력하는 백조트래핑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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