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 / 2009. 8. 21.

"호날두"라는 "알"을 깨야하는 맨유

호날두

by commons.wikimedia.org / CC by licenses

맨유

by Paolo Camera / CC by licenses

09/10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번리와 맨유와의 경기는 1:0 번리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지난 시즌 승격팀과 챔피언의 경기여서 맨유의 우세가 예상되었으나 잘 짜여진 조직력의 번리가 아직 전체적인 팀전력이 불안정한 맨유를 상대로 한 골 차의 짜릿한 승리로 경기장을 찾은 홈팬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 주었습니다.
대한민국 축구아이콘 박지성 선수도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처음으로 시즌 경기에 모습을 나타냈으나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채 고개를 떨구어야 했습니다.

선제골을 넣고 앞서가던 번리는 이후 맨유의 끈질긴 추격을 성공적으로 따돌리며 빅4를 상대로 승점 3점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맨유로서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노출시킨 한판이었습니다.
호날두가 없는 공격진은 아직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고 미드필드진도 원할한 경기운영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주전수비수들이 줄부상인 수비진은 믿음을 주기에 부족했습니다.

예상보다 단단했던 "호날두"라는 껍질


맨유의 이러한 문제점들을 야기시키는 요인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대표적인 것은 "호날두의 빈자리"라 할 수 있겠습니다.
맨유의 이번 경기에서 나타난 호날두의 공백은 호날두라는 한 플레이어만 빠진 것이 아니라 그 영향이 맨유 전체의 움직임 둔화라는 부작용으로 확대되어 나타난 것이기에 더욱 커 보입니다. 그만큼 맨유에서 많은 골들을 터트리고 상대 수비진을 흔들어 놓으며 중원 패스게임에 가담했던 호날두라는 "껍질"이 매우 단단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맨유의 공격이 중앙으로 몰리고 공격전개가 답답했던 이유 중 하나는 선수들이 Off The Ball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움직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즌까지 호날두가 측면부터 수비수를 흔들며 중앙으로 돌파하면서 공격의 물꼬를 트는 등 다른 선수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간접적으로 제공했다면 이제는 세밀한 패스와 날카로운 움직임이 뒷받침되어 공격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야 하는데 맨유 선수들은 뻔히 보이는 동선으로 번리 수비에게 지속적으로 막히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한 가지 더 어두운 부분은 맨유의 수비진과 미드필더진이 공을 상대방 진영으로 운반하는 과정에서도 호날두의 빈자리가 보이는 것입니다. 번리는 맨유의 수비수가 공을 잡으면 적극적으로 체크를 해주며 순간적인 압박으로 패스미스를 유도하는 등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었는데 그 과정에서 1:1 에 압도적이거나 원맨속공을 전담할 수 있는 선수의 부재가 아쉬워 보였습니다. 역시 이 부분에서도 맨유 선수들의 움직임은 수동적이었고 공이 하프라인으로 넘어오는데 문제가 생기자 넓어진 공수간격으로 패스의 정확도가 확연히 떨어졌습니다.

아쉬운 캐릭의 부진...


이전 포스트에서 맨유의 이번 시즌 Hot Key를 쥐고 있는 플레이어로 마이클 캐릭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관련 포스트 >> 맨유의 HOT KEY를 쥐고 있는 캐릭
어찌 되었건 맨유 공격의 패러다임은 이제 사이드에서 중원으로 넘어 온 것으로 보입니다. 캐릭은 번리와의 경기에서 유효한 전진패스를 많이 보여주지 못하고 조금 어정쩡하게 플레이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캐릭이 페널티킥을 성공시키지 못한 것보다 더 아쉬운 것은 스콜스와 긱스가 은퇴시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맨유의 중원사령관으로 인상 깊게 자리매김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맨유의 현 시스템에서는 캐릭의 포지션이 매끄러운 경기운영을 해줘야 오펜스 파괴력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궁극적으로 맨유의 중원은 새로운 인물이 영입되지 않은 이상 캐릭이 책임져야할 부분이 많습니다.  
이번 한 경기만 놓고 본다면 안데르송의 부진이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대부분 왼쪽 측면에서 많이 보였던 안데르송은 사이드로 오픈되는 패스를 받은 상태에서 중앙으로 크로스하는 것에만 관심을 가져 공격의 효율성을 살리지 못했습니다. 좋은 스피드로 앞에 있던 공간을 파고들어서 다음 상황을 이어갔다면 박스안의 180이 되지 않는 두 명의 스트라이커들에게 부정확한 크로스를 하는 것보다 좀 더 매끄러운 공격이 되었을 것입니다.

불안한 출발이 예견된 맨유의 새로운 시즌...

버밍엄과의 1라운드가 끝나고 "정공법 강화"라는 제목의 포스트를 올린 적이 있습니다. >> 관련 포스트  정공법 강화
그 단락 중 하나가 맨유의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가 타 클럽들에 비해 좋지 못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클럽의 일정상, 재정상 어쩔 수 없었지만 선수영입과 전력 재편 등 해야할 일들이 많았음에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던 맨유의 프리시즌은 그렇지 않아도 매년 좋지 못했던 맨유의 시즌 초반 행보에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수비수들의 부상이 겹쳐 4라운드 대 아스날 전에도 베스트 멤버 기용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번리의 선제골 장면에서 수비라인이 무너진 모습은 이러한 불안요소를 대표하는 일례라 하겠습니다. 또 하나 맨유의 고민거리는 루니와 베르바토프의 호흡입니다. 중요한 경기에서 선발출장이 예상되는 두 스트라이커는 아직 자신들의 장점을 서로 살리는 플레이에 서투른 모습입니다. 경기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경우에 투톱의 능력만으로 골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장기 레이스를 치뤄야하는 팀의 입장으로서는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긱스의 로빙쓰루 패스를 두 선수가 쫓아가다 엔드라인 밖으로 흘려보낸 장면은 현 두 선수의 호흡이 좋지 않음을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의미 심장한 데미안의 대사...


많은 이들이 알고 있고 여전히 스테디셀러인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새와 알의 이야기는 지금 맨유에게 시사하는 점이 큽니다.
프리미어리그 3연패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주역이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단단한 껍질이라면 새롭게 태어나려는 맨유는 그 껍질을 부수어야 자유로운 날개짓을 할 수 있습니다.
이제 2라운드를 마친 맨유에게 아직 리그 4연패를 위한 희망은 남아 있습니다. 박지성 선수를 비롯한 맨유의 훌륭한 선수들과 역사에 오래 남을 감독 퍼거슨 경이 이끌어갈 맨유의 다음 라운드들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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