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 / 2009. 6. 26.

[컨페더] 무적함대의 방심...

2009 남아공 컨페더레이션스 컵 준결승 제1게임 스페인과 미국의 경기는 모든 이들의 예상을 뒤집고 미국이 2:0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이는 스페인의 36경기 무패와 16경기 연속 승리를 제지 시킨 것은 물론이고 축구 메이저 대륙이 아닌 북중미의 미국이 현 세계 최강이라 일컬어지는 스페인 국가대표팀을 상대로 거둔 승리여서 그 여파가 더 크다 할 수 있겠습니다.
Jozy Altidore, Charlie Davies
[사진 : 조지 알티도르  PicApp 사이트 (picapp.com)]

경기 시작 전 양팀 선수들은 인종차별반대 캠페인의 일종으로 선언문을 낭독하였고 플래카드 앞에서 사진촬영을 함으로 민족과 대륙을 넘나드는 축구 월드컵의 정신을 강조하며 인상 깊은 장면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이후 벌어진 본 경기에서 미국은 스페인을 상대했던 다른 팀들과는 다르게 미드필드 부터 물러서지 않는 터프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실 스페인이 1:0으로 신승했던 이라크 전은 공격의 세기가 약했다기 보다 1-9-1 의 너무하다 싶은 수비적 전형의 이라크 전술이 게임을 답답하게 몰아간 경기였습니다.

미국으로선 예선 탈락의 벼랑에서 기사회생으로 준결승에 오른터라
지더라도 절대 부담없는 스페인 전이었습니다.
반면 스페인으로서는 일요일에 있을 결승전에 대비해(아마도 브라질이 남아공을 꺾고 결승에 오르겠지요) 미국과의 준결승은 그리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FIFA 랭킹 상으론 14위의 준수한 랭킹을 마크하고 있는 미국이지만 숫자가 나타내는 의미와는 다르게 미국은 축구 강대국으로 치기엔 뭔가 미흡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 전 3경기도 경기력에서 어필할만한 인상적인 플레이를 선보이지도 않았구요. 아마도 자신들의 미드필드를 장악한 패스 플레이로 다음 경기를 염두에 둔 연습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경기 휘슬이 울리지마자 미국은 그렇게 쉽게 얕볼 수 있는 팀이 아니란 것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스페인 선수들이 몸도 풀리기 전에 중원에서의 인터셉트에 이은 빠른 역공으로 골리 카시야스를 시험하기 시작했습니다. 경기 초반에만 유효 슈팅수가 공 점유율이 훨씬 높은 이베리아산 무적함대보다 더 많았으니까요...

스페인은 여태까지 보여주던 한 차원 높은 키핑과 패스로 공을 오래 소유하면서 득점기회를 노렸는데 몇 가지 아쉬운 장면들을 노출하며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의 희생자가 되고 맙니다. 미드필더 4명 중 왼쪽의 리에라를 제외하고 사비, 사비 알론조, 파브레가스는 이니에스타, 사비, 세나의 중원보다 호흡이나 역할 분담에서 다소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사비(xavi)와 사비 알론조(xabi alonso)는 활동 영역이 일정 부분 겹쳤고 둘 간의 연계도 보통 때와는 다르게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파브레가스도 본업이 중앙 미드필더인 이유로 사이드에서 윙어 노릇을 하는데 한계가 있어서 오른쪽 풀백인 세르지오 라모스가 자주 올라와 그 영역의 공격 작업에 관여했습니다. 라모스의 공격 플레이는 나무랄데가 없었으나 중앙으로의 크로스 연결이 계속 미국의 수비에 걸리거나 위험한 상황을 도출할 만큼 날카롭지 못했습니다.
공격수인 다비드 비야와 페르난도 토레스도 마찬가지로 더 좋은 패스 타이밍이 있었음에도 혼자 해결하려는 성향이 짙어 몇 번의 좋은 찬스가 수비에 걸리고 맙니다. 둘 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공격수로 평가 받지만 이 경기에서는 서로를 이용하지 못하고 무득점으로 90분을 마치고 맙니다.

미국은 이 준결승 경기를 덤으로 여겼는지 뜻밖의 대어를 낚는데 성공합니다. 경기전 현지 커멘트에서 백넘버 17번을 달고 있는 조지 알티도르를 길게 언급했는데 현재 스페인 비야레알에 몸담고 있는 그가 스페인에 대해 친숙하고 이제 19세 밖에 되지 않았기에 겁없는 플레이를 보여 줄거라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전반 26분 박스 중앙 지역에서 수비수 발맞고 튀어 오른 공을 건장한 신체를 이용해 자신의 것으로 만든 후 카시야스를 향해 회심의 한 방을 날립니다. 미국이 방심한 스페인을 상대로 선제골을 작렬시키는 장면이었습니다. 실점 후 스페인은 정신을 차렸는지 공격의 고삐를 더욱 죄어 갔지만 잘 짜여진 미국의 수비가 득점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후는 72분경 미국은 스페인 지역에서 격렬한 몸싸움 후에 빼앗아온 공을 바로 위험지역에 투입한 후 랜던 도노반의 노련한 패스에 의해 만들어진 기회를 뎀프시가 밀어 넣으며 무적함대를 침몰 시키는데 정점을 찍습니다.

이번 준결승 전의 결과는 스포츠에서 멘탈이 차지하는 부분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승리를 위해 긴장하는 것... 패배나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펼치며 순간을 즐기는 것....
예 ... 강한 자가 승리하는 것이 아니고 승리한 자가 강한 것이겠지요...

비단 스포츠에서만 적용되는 교훈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도 실생활에 연결 시켜야겠지요... 내가 부족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내가 아무리 나아보여도 방심하지 않고 과정에 충실하는 것...

축구에서도 배우는 부분이 많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낍니다...

 

사족 : 숫자와 관련된 사항

5 - 경기가 진행되었던 곳의 섭씨온도... 스페인 선수들이 추위를 타서?,,,

11 - 스페인 왼쪽 풀백 카테비야의 백넘버... 수비쪽에서 이 번호는 흔치 않죠... 차범근 감독님의 현역시절 등번호...

89 - 스페인 미드필더 사비의 패스 성공률... 왜 그가 패스마스터인지 보여주는 수치죠...

by 백조트래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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