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 / 2009. 9. 8.

아르헨티나, 브라질에 패배한 이유

브라질

[사진 = 루이장 (C) Kicker(kicker.de)]

지난 주말에 있었던 A매치데이 최고 빅게임이었던 2010 남아공 월드컵 남미예선 아르헨티나와 브라질과의 경기 리뷰입니다.

남미 최종예선은 총 10개팀이 참가해 홈 앤 어웨이로 팀당 18 경기를 치루는 긴 여정입니다. 1-4위 팀이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게 되고 5위 팀이 북중미 예선 4위 팀과 플레이오프를 거쳐 최종 진출팀을 가리게 됩니다. 총 4.5장의 본선티켓을 놓고 2007년부터 시작된 이 풀리그에서 당당 1위를 마크하고 있는 팀은 세계최강 브라질입니다. 아르헨티나는 콜롬비아, 칠레, 볼리비아, 에콰도르에게 각각 1패씩을 당해 브라질(승점 27점)에 승점 5점을 뒤진 22점으로 본선 직행을 위한 커트라인인 4위에 랭크되어 있었습니다. 홈에서 열리는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패한다면 남미 최고 라이벌로의 체면이 깎일뿐 아니라 본선직행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게될 아르헨티나의 상황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현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로 여겨지는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출전도 포기하고 이 중요한 경기를 준비했습니다. 메시뿐 아니라 마라도나 감독을 위시한 모든 아르헨티나 선수들도 상황의 급박함을 절감하고 브라질 전의 승리를 위해 모든 신경을 집중했습니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이 빅매치에서 승점 3점을 건져간 팀은 원정에 나섰던 브라질이었습니다.
승리가 절박했던 아르헨티나가 브라질을 상대로 홈에서 1:3의 패배를 당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눈에 보였던 수비력의 차이

에인세-오타멘디-도밍게즈-자네티 VS 산토스-루이장-루시우-마이콘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4백을 형성했던 선수들입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수비력의 무게추가 브라질쪽으로 기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선수의 명성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쳐도 아르헨티나의 센터백 듀오 오타멘디(88년생, 2Caps)와 도밍게즈(80년생, 0Caps)는 이렇게 중요한 사안이 걸린 빅게임을 감당하기엔 A 매치 경력이 너무 허전합니다.
 
브라질의 전반 2득점은 모두 셋 피스 상황에서 발생했습니다. 선취골을 기록한 루이장 선수는 피치 위에서 최고 장신이었음에도 아무런 견제 없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헤딩슛을 성공시켰습니다. 위험지역에서 최소한의 대인방어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아르헨티나 수비의 헛점이 여지없이 드러난 장면이었습니다. 추가골에서도 아르헨티나의 수비 조직력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골대 앞의 혼전상황에서 루이스 파비아누는 산책하듯 가볍게 골을 주워 먹었습니다.

브라질은 제대로된 공격을 거의 펼치지 못했으나 정리되지 않은 아르헨티나의 수비를 농락하며 데드볼 상황에서 2골을 잡아내는 집중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자국리그 같은 팀에서 뛰고 있는 두 명의 센터백을 선발로 내세운 마라도나 감독의 복안은 승리가 꼭 필요했던 아르헨티나의 발목을 잡으며 홈에서 브라질전 패배라는 오점을 남기고 말았습니다.

플랜 B의 부재

브라질은 다소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원정경기에 맞는 전술을 들고 나왔습니다. 어차피 공격적으로 밀고 나올 아르헨티나를 상대한다면 수비를 단단히 하다가 한 번의 역습으로 경기를 결정짓겠다는 의중이었습니다. 브라질은 최종 수비라인 바로 앞에 질베르토 실바와 펠리페 멜로로 구성된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라인을 세워 수비쪽에 무게감을 더했습니다. 거기에 가끔 윙어로도 생각되는 최고의 풀백 마이콘마저도 수비에 집중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베론에게 게임 메이킹을 맡기고 메시, 테베즈, 다톨로, 막시 로드리게즈의 유기적인 플레이를 앞세워 브라질의 골문을 위협했습니다. 하지만 브라질은 중앙을 두텁게 수비하며 결정적인 기회를 허락하지 않았고 간간히 뚫린 측면공격에도 적절히 커버 플레이를 더하면서 전반을 무실점으로 막아냈습니다.

축구에서 수비하는 쪽이 움추린 상태로 공간을 허용하지 않으면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신중하고 세밀하게 플레이를 해야만 수비의 허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리드를 허용하면서 골을 넣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조금 서두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위기에서 좀더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거기에 맞는 해법을 찾는 지혜가 조금 아쉬워 보였습니다.

후반 아르헨티나는 막시 로드리게스, 테베즈 대신에 아구에로와 밀리토를 투입하며 공격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하지만 후반에 보여진 공격 형태는 전반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수비의 거친 마크에 시달렸던 메시도 개인전술에 의한 공격으로 골을 잡아내려 노력했습니다.

가끔 축구 경기를 보면 전반전에 그렇게도 무기력했던 팀이 하프타임 휴식시간 15분 뒤에 전혀 다른 팀으로 탈바꿈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전반전의 양상을 토대로 상대의 장단점을 분석해 그에 맞는 변화를 시도하고 침체되어 있는 사기를 증진시켜 승리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변신되는 팀의 주요 요지로 보여집니다. 

아르헨티나가 전반전과 비슷하게 공격을 주도하면서도 경기를 뒤집지 못한 것은 플랜 A가 성공하지 못했을 경우 꺼내들 수 있는 카드인 플랜 B가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수비를 항상 달고 다니는 메시에게 좀 더 뒤쪽에서 플레이하며 다른 선수들에게 공간과 기회를 제공하는 롤을 수행케 한다던지 거친 수비를 일삼느라 카드가 축적된 브라질 선수들의 약점을 파고드는 영민한 전술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둥가 시스템의 웅변 - 이기는 자가 강한 자이다


현재 FIFA 랭킹 1위 브라질은 우리가 예전에 알던 그 화려한 브라질이 아닙니다. 컨페더 컵에서도 보여졌듯이 지금의 브라질은 "한 골 먹더라도 두 골을 넣으면 되지"의 마인드를 더이상 미덕으로 삼지 않습니다. 4-2-2-2 로 대표되는 브라질의 변화무쌍한 전술과 공격력도 둥가의 브라질에서는 사치로 여겨지는 듯 합니다.
둥가 감독이 화려함을 포기하고 선택한 팀컬러는 "안정적인 팀밸런스의 90분간 운영"으로 보여집니다. 학문적 태도로 본다면 실사구시 정도가 되겠습니다.

그러나 예전의 삼바축구가 아니라고 해도 브라질이 브라질인 이유는 일단 공격을 시작하면 출중한 선수들에 의해 위험한 장면을 많이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그 중심에는 "카카" 라는 축구 천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브라질의 세번째 골장면을 보면 카카가 얼마나 무서운 선수인지 알 수 있습니다. 오프사이드 라인과 동료 스트라이커의 움직임을 머리에 담고 있다가 최상의 타이밍에 자로 잰듯한 치명적인 패스를 넣을 수 있는 선수는 근래 쉽게 보기 어렵습니다. 카카의 환상적인 패스를 받은 브라질의 원톱 루이스 파비아누는 패스에 걸맞는 우아한 칩샷으로 브라질의 승리를 결정지었습니다.

대 아르헨티나 원정경기에 맞춤 전술로 나선 브라질은 둥가의 시스템이 정착되며 아르헨티나에게 승리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강한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한 것이다" 라는 말은 둥가 감독의 웃음에서 읽을 수 있었던 소리 없는 웅변이었습니다.


밀리토 선수는 결정적인 두 번의 기회가 있었습니다. 먼저 것은 곧바로 슈팅하지 않고 공을 잡은 것이 화근이었고 두 번째 것은 브라질 골리 세자르의 선방으로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경기 분위기가 브라질의 승리쪽으로 기울자 손톱을 물어 뜯으며 긴장하는 마라도나 감독을 화면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피치 위에서는 누구보다 위대했지만 그것이 벤치로 모두 이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르헨티나의 다톨로 선수는 데뷔전이었던 지난 러시아 전에 이어 또다시 골맛을 보았습니다. 슈팅 테크닉이 꽤 좋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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