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 / 2009. 8. 13.

세밀함, 날카로움 - 내가 대표팀에 바라는 것

8월 12일에 있었던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과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은 우리 대표팀이 1:0 의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며 끝이 났습니다.
이 경기는 오랜만에 제대로된 상대를 만난 현 대표팀 경기력의 현주소를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2년 만에 태극마크를 단 이동국 선수를 선발 라인에서 볼 수 있었고 기나 긴 월드컵 아시아지역예선을 통해 다듬어진 수비라인의 조직력도 테스트할 수 있었습니다.
주전 윙어였던 박지성과 이청용 선수는 선발되지 않아 이들이 없었을 경우를 대비한 플랜 B의 운용도 시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어제 평가전에서 나타난 대표팀의 경기력에 대해 개인적으로 바라고 싶은 것들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간세 [簡細] - 간략함과 세밀함


경기 내용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파라과이에게 볼 점유율에서 밀린 것은 간략함과 세밀함이 아직 좋은 레벨에 올라오지 못함에 기인한 것 같았습니다.
우리선수가 공을 소유하고 있을 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좋은 위치를 선점한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내주고 자신은 빈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몇 번의 패스가 성공하면 공격 템포가 죽지 않고 체력을 세이브하며 공을 효과적으로 운반할 수 있습니다.
어제의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은 볼처리가 신속하지 않아 공격전개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노출했습니다.
오 프 더 볼 상황에서 주위 선수들의 움직임이 아직 익숙지 않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움직임이 정적인 동안에는 특별히 상황을 헤쳐나갈 방법이 개인기나 먼 거리의 백패스 정도 밖에 없습니다. 피치 위 선수들의 위치를 잘 파악하고 공을 받을 선수가 미리 움직여 우리팀에 유리한 상황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 다음에 필요한 것은 자신을 둘러싼 공간에 대한 시야와 정성을 깃들인 볼터치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공을 받기 전에 다음 상황을 미리 예견하고 깔끔한 터스트 터치로 그 다음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시야와 볼터치는 개인의 테크닉과 관련이 있습니다. 호날두나 메시 같은 선수들이 사용하는 현란한 고급 기술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공을 자신의 의지대로 다룰 수 있는 기본기를 의미합니다. 현 대표팀에 선발된 선수들은 모두 좋은 기량의 소유자들 입니다. 굳이 훌륭한 테크니션들과 빗대면 쉽지 않은 상황에서의 볼 컨트롤이 차이가 날 뿐입니다. 하지만 이 작은 차이가 팀 전체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작지 않습니다.터스트 터치의 중요성은 비단 스트라이커에게만 해당되지 않습니다. 테크닉과 함께 필요한 것은 바로 자신감 입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자신의 기량을 믿고 정신적으로 강하게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소소한 실수를 줄이고 자신의 축구 역량을 그라운드에서 맘껏 발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들이 전제조건으로 깔리게 되면 우리는 간략함과 세밀함으로 무장한 대표팀의 멋있는 축구 경기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역습의 날카로움 - Sharpness of the counterattack


어제의 경기를 보면서 한 가지 느낀 점은 역습의 중요성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현대축구는 경기장 전체에 걸쳐 압박이 매우 심하고 각 팀들간의 경기력이 점차 좁혀지고 있어 큰 점수차이의 승리가 예전보다 줄어들었습니다.
우리가 내년 남아공에서 만날 팀들은 각 대륙을 대표하는 강팀들 입니다. 이런 팀들과 상대하면서 승리를 얻어내려면 가장 효율적으로 점수를 낼 수 있는 역습 공격이 중요해짐은 당연해 보입니다. 경기내내 한골을 얻어내려고 수많은 공격이 시도되지만 골 세리모니는 많이 터지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실수로 또는 우리 수비의 공격차단으로 발생한 카운터어텍의 기회를 높은 확률로 성공시킬 수 있다면 월드컵이라는 토너먼트에서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퍼센테이지는 높아질 것입니다.

[사진=최용수,윤정환,황선홍 (C)뉴스뱅크이미지(image.newsbank.co.kr)]

역습의 효율성을 생각하며 떠올랐던 두 명의 축구선수가 있습니다. 최근 박지성 선수가 존경한다고 말해 관심을 모았던 전 국가대표 윤정환 선수와 98 월드컵 아시아지역예선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쳤던 최용수 선수입니다. 올림픽 대표 시절 이 두 선수의 콤비 플레이는 대단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윤정환 선수의 칼날 같은 패스를 받은 최용수 선수가 수비수와의 몸싸움을 이겨내며 터트린 시원한 골은 뇌리에 오래 남아 있습니다.

또 역습의 날카로움은 강팀이 되기 위한 기본 요건입니다. 선제골을 잡아 놓고 여유롭게 경기를 운영하다 동점골을 위해 공격에 중심을 둔 상대팀에게 추가골이라는 비수를 꽂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점점 발전하는 대표팀을 바라며


어제 경기는 승리라는 결과도 좋았지만 이전보다 나아지는 대표팀을 봤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습니다. 상하이에서 북한과의 힘겨운 승부를 했던 그 팀에서 어느정도 발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1년이 남지 않은 월드컵 본선까지 꾸준히 발전하는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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