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09/10 시즌 초반은 주위의 우려와는 달리 성공적으로 치루어지고 있습니다.
리그에서 6경기 5승 1패로 첼시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고 챔피언스리그 그룹 스테이지에서도 이스탄불 원정을 승리로 이끌며 조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제2라운드 번리전 패배 때만해도 호날두와 테베즈의 공백이 확연히 드러나며 힘든 시즌 스타트가 예상되었지만 저력의 맨유는 이후 쉽지 않은 일정들을 잘 소화해내며 리그 4연패를 향해 순항 중입니다.
이제는 국민클럽이 되었고 초반 기세도 좋은 맨유지만 한국팬들의 시선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우리가 새벽에 일어나 TV 앞에 앉는 이유, 바로 박지성 선수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Bleacher Report(미국 스포츠 저널사이트)에 "Ji Sung Park: The Season of Truth" 라는 제목으로 박지성 선수에 관한 칼럼이 올라왔습니다.
아시아 선수로서 맨유라는 수퍼클럽에서 이룬 업적과 그동안의 활약 그리고 현재 좁아진 입지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제목이 암시하듯 그리 긍정적인 평가는 아닌듯 했습니다. 거기에 박지성 선수의 이번 재계약이 아시아 마케팅과 관련이 있다는 내용이 추가되어 있었습니다.
이렇듯 박지성 선수가 놓인 현재 상황은 지난해에 비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챔피언 수성을 노리는 맨유의 경기력 향상과 박지성 선수가 더 많은 활약을 하는데 필요해 보이는 요소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중원의 피딩 능력
축구 경기에서 팀 전력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중앙 미드필드의 영향력입니다. 중원에서의 힘겨루기에 우위를 보이는 팀이 공을 좀 더 오래 소유하며 그만큼 공격기회도 많이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강한 전력을 구축하고 있는 팀들을 보아도 중원에서의 플레이가 매우 강력함을 볼 수 있습니다.
맨유의 중원은 그리 약해 보이지는 않지만 또 그리 뛰어나지도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중앙 미드필더들의 역량 중 활동량, 키핑, 수비력 등은 괜찮으나 공격전개에 필요한 넓은 시야와 정확한 패싱력에는 의문 부호가 남아 있습니다.
맨유는 현재 중앙 미들 2명을 플랫으로 두는 정통적인 4-4-2 전형으로 플레이하는 게임이 많습니다. 양 윙어들이 사이드에서의 플레이에 비중을 많이 두는 만큼 게임을 조율하는 중앙 미드필더들의 피딩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입니다.
중원에서 퀄리티 높은 패스가 많이 나오지 못함에도 맨유가 승리를 따내는 이유는 경기당 1골의 득점을 해주고 있는 루니의 활약과 퍼거슨 경의 영리한 팀 운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경기 자체를 압도하진 못해도 승점 3점을 가져오는데 필요한 만큼의 전력유지가 맨유의 특화된 장점으로 보입니다.(물론 맨시티와의 후반전은 예외입니다)
아쉬운 두 선수의 부진
시즌 개막 전 맨유의 EPL 4연패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선수로 마이클 캐릭과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를 지목한 포스트를 올린 적이 있습니다.
축구장의 중앙을 관통하는 반 데 사르-비디치-캐릭-베르바토프 라인이 살아야 루니 중심이 된 맨유가 힘을 발휘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부상 중인 반 데 사르와 이제 복귀해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는 비디치는 차치하고서라도 캐릭과 베르바토프의 부진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캐릭은 맨유가 패했던 커뮤니티실드 대 첼시전과 2라운드 대 번리전에 선발출장 했었습니다. 그 후 디아비의 자책골로 승리했던 대 아스날 전과 중앙 미드필더를 세 명 기용한 대 베식타스전에 선발 라인업에 섰었고 맨체스터 더비에서는 90분에 교체로 투입 되었습니다.
토트넘에서 중원의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하다가 거액의 몸값으로 올드 트래포드로 옮겨온 캐릭은 이번 시즌 뭔가 석연치 않은 플레이로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맨체스터 더비에서 호흡을 맞춘 안데르송-플레처 라인은 플레이 메이킹이란 부분에서 그들의 수비적 역량에 비해 다소 미흡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에브라의 인터뷰에서도 언급되었듯이 강력한 헤어 드라이어 처방을 받은 이들은 후반전 사뭇 달라져 있었고 거기에 캐릭이 들어갈 자리는 없었습니다.
베르바토프는 분데스리가 바이어 레버쿠젠에서의 활약으로 프리미어리그에 안착했고 토트넘에서 에이스 역할을 하며 EPL 정상급 스트라이커로 인정 받았습니다. 훌륭한 하드웨어에 고급 기술을 갖춘 베르바토프는 맨유에서도 좋은 활약이 기대되었지만 팀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하면서 아직까지 매서운 공격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지성 부활의 키워드 - 맨유 중원 그리고 베르바토프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은 외모적으로 요구받는 사항이 다양합니다. 얼굴이 예뻐야하고 비율이 좋아야하며 날씬해야하고 거기에 S라인이 추가되어야 진정한 미인으로 인정 받습니다. 이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려면 본인의 엄청난 노력은 물론 가끔 외과적인 도움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비유가 정확하진 않지만 우리 박지성 선수에게도 이런 팔방미인형의 잣대가 들이대어지기도 합니다. 이미 인정받은 경이적인 활동량과 헌신적인 팀플레이는 기본이고 여기에 본업이 미드필더임에도 골을 잡아내야한다는 부담이 추가되고 있습니다. 물론 선수 개인의 발전과 팀승리를 위해 이러한 요구는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20대 후반의 선수에게 그것도 시즌이 치뤄지는 도중에 이러한 발전이 이루어지기는 굉장히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본인의 노력이 뒷받침되면 어느정도 나아질순 있겠지만 현재 모든 정황을 보았을때 박지성 선수가 더 나은 활약을 보이려면 팀 동료들과의 연계 플레이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맨시티와의 전반전을 예로 들면 박지성 선수를 향해 날아오는 롱패스들은 그 정확도가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특히 안데르송의 전진 패스는 박지성뿐만 아니라 전방의 스트라이커들에게도 잘 연결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그나마 박지성 선수와 가까운 곳에 있었던 베르바토프는 그의 장기중 하나인 미드필더들과의 연동성에서 효율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후반전 안데르송의 루니를 향한 패스가 정확성을 되찾으며 중원의 피딩이 좋아졌고 긱스의 전성기 시절 활약이 되살아나며 맨유의 경기력은 최고조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르바토프는 두 번의 결정적인 헤딩슛 찬스를 맞았었고 박지성 선수도 두 번의 슈팅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맨유 중원의 매끄러운 피딩이 박지성 선수에게도 혜택으로 다가올 때 경기장 전반을 아우르는 지칠줄 모르는 체력과 날카로운 공간침투라는 전가의 보도는 더욱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베르바토프, 루니와의 협력 플레이가 첨가되면 박지성 선수는 자신만의 고유한 공격패턴을 추가 할 수 있습니다.
맨유는 아직도 리그 32경기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센스가 좋고 패싱력이 탁월한 캐릭이 좋았던 폼을 찾고 전력에 보탬이 되면 맨유로서도 굉장한 플러스 요인이 됩니다. 또한 맨유라는 프레임에서 약간 유영하는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 베르바토프도 팀에서 필요한 플레이를 펼친다면 무서운 예봉이 될 수 있습니다.
시즌 초반이니만큼 어떤 위기가 찾아올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기에 가용한 자원들이 모두 고른 활약을 보이는 것은 매우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이같이 아직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이 박지성 선수와 함께 전술적 공명을 일으킨다면 맨유의 올시즌은 장미빛으로 물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