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 / 2009. 9. 13.

박지성 결장의 의미와 성숙한 팬의 자세

박지성
박지성

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 제5라운드 토트넘 핫스퍼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는 디펜딩 챔피언인 맨유가 리그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레드납 사단을 상대로 3:1 원정 승리를 거두며 마무리 되었습니다.

 

현지 언론에 의해 선발출장이 예상되었던 "산소탱크" 박지성 선수는 출전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채 팀의 승리를 지켜보았습니다.
이로써 박지성 선수가 피치 위에 섰던 경기는 2라운드 대 번리전(선발)과 4라운드 대 아스날전(후반교체투입)으로 새벽별을 보며 TV 앞에 앉으셨던 팬들은 박지성 선수의 활약을 지켜보기 위해 다음 라운드들을 기약해야 했습니다.

박지성 선수가 결장할 때마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드는 "위기론"은 이제 한국 축구팬들에게 일상이 되었고 그 정확한 이유는 선수선발 권한을 가지고 있는 퍼거슨 경만이 알고 있겠지만 박지성 선수에게는 맨유의 붉은 유니폼을 입은 그 순간부터 주전경쟁과 로테이션이라는 숙명이 항상 따라다니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물론 이 숙명이 박지성 선수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님은 모두 다 아는 사실입니다.

 

 

지금은 맨유의 과도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09/10 시즌은 매우 중요한 시점으로 보입니다. 클럽의 EPL 3연패를 주도했던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로 떠나고 맞는 첫 대장정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선수들이 영입되었고 팀 전술도 새 스쿼드에 맞게 짜여야 하는 지금의 맨유는 현 시스템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호날두의 부재로 가장 이슈가 되었던 공격력 보충을 위한 미드필드진의 구성은 아직까지 퍼거슨 감독에 의해 여러가지 실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토트넘 전에서는 긱스-플레처가 양 측면에 기용되는 새로운 조합이 시도되었습니다. 여기서 멀티플레이어 플레처의 오른쪽 측면 기용은 아스날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발렌시아와 연계해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프리시즌까지 발렌시아는 맨유의 새로운 윙어로서 팀에 훌륭한 조력자가 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입단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지난 경기에서 좋지 못했던 발렌시아의 자리에 퍼거슨 감독은 플레처를 내세워 팀 운신의 폭을 넓혔고 오는 주중에 있을 챔피언스리그를 대비했습니다.


박지성 선수가 선발출장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왼쪽 측면은 맨유의 살아 있는 전설 라이언 긱스가 담당했습니다. 근래들어 중앙미드필더로도 중용되는 긱스는 오랫동안 리그의 왼쪽 라인을 지배했던 특급 윙어였습니다.

 

긱스가 본 포지션으로 돌아간 배경에는 브라질 출신 유망주 안데르송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베테랑 폴 스콜스와 함께 맨유의 중원을 책임진 안데르송은 최근 출전기회가 줄어들자 외부에 불만을 토로해 이적설까지 나도는 등 분위기가 좋지 않았으나 결국 팀에 남아 와신상담 중이었습니다.

 

안데르송은 토트넘 전에서 역전골을 터트리며 자신에게 온 기회를 살렸고 퍼거슨 감독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했습니다.

요즘 맨유의 경기에 앞서 출전명단을 맞추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이것은 팀이 새로워지기 위한 리빌딩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과 산전수전 다 겪은 감독의 의중이 좀처럼 읽히지 않는 것으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챔피언스리그, 칼링컵 - 바빠지는 일정

앞에도 잠시 언급되었지만 이번 토트넘전 박지성 선수의 결장은 주중에 펼쳐질 챔피언스리그 일정과 관계가 있어 보입니다. 상대팀 베식타스 이스탄불은 터키를 대표하는 명문 중 하나이고 충성스럽고 과격하기까지한 홈팬들을 보유하고 있어 원정에 나서야 할 맨유로서는 어느 정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박지성 선수는 PSV 시절부터의 경험으로 챔피언스리그가 전혀 낯설지 않으며 중요한 경기들에서 멋진 활약을 보여왔습니다. 또 언제나 부지런하고 팀에 헌신적인 모습은 부담스러운 원정경기에 그의 가치를 더욱 높여줍니다.

 

더우기 EPL 6라운드 맨체스터 더비 이후에는 칼링 컵 일정이 잡혀 있어 팀 운영상 로테이션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훈련장에서의 모습

팬의 입장에서 우리는 가끔 예상 못한 선수들이 갑자기 등장해 좋은 활약을 펼쳐 즐거워하거나 응원하는 선수가 그럴 상황이 아님에도 감독에게 기회를 부여 받지 못해 아쉬워하기도 합니다.

 

팀을 일주일에 한 두번 TV나 경기장에서 지켜보는 우리는 그들의 일상이 진행되는 훈련장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하는지 잘 알기 못하기에 그러한 반응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적어도 퍼거슨 경 같은 레벨의 감독이 어떤 선수를 스타팅 라인업에 세웠다면 그에 합당한 훈련장에서의 성과가 바탕이 되었을 것입니다.

 

훈련장에서의 성과는 개인기량의 발전, 팀에서 요구하는 전술의 이행능력, 다른 선수들과의 원만한 조화 등 여러가지로 볼 수 있겠습니다.

 

 

 

진정한 팬

한국의 축구팬으로 박지성 선수에 관한 변동사항은 큰 이슈가 되기 마련입니다. 제일 큰 바람은 박지성 선수가 팀의 주축 선수로 다른 것에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며 멋진 활약을 보이는 것이겠지만 맨유라는 클럽이 그렇게 만만한 곳은 아닙니다.

 

그러한 선수는 정말 소수에 불과하기도 합니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박지성 선수는 이미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커다란 행운을 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PL,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은 박지성 선수가 아니었다면 우리와 그리 상관없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바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주중에 있을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과 주말에 있을 맨체스터 더비에서 우리 박지성 선수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설사 현실이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우리는 박지성 선수를 조금 더 기다리며 응원하는 진정한 팬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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