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 / 2009. 8. 14.

박주영의 설득력 있는 공격력


[사진=박주영 (C)뉴스뱅크이미지(image.newsbank.co.kr)]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서 결승골을 기록한 박주영 선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박주영 선수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이동국 선수와 교체 투입되어 대표팀의 최전방을 책임졌습니다.
그리고는 많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해결사답게 팀을 승리로 이끄는 골의 주인공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득점장면에서 보여진 골감각도 좋았지만 박주영 선수의 대표팀에서의 진정한 가치는 후반전 동안 피치 위에서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골대를 등지고 제대로 플레이하는 골잡이

이제는 명예로운 은퇴를 하고 현역 감독직을 맡고 있는 "황새" 황선홍 선수 이후 상대지역에서 골문을 등지고 제대로 공격작업을 이어나가는 스트라이커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박주영 선수는 후방에서 투입되는 공을 잘 키핑하고 다시 매끄럽게 연결하며 대표팀 공격을 이끌었습니다.
"공격수가 골문을 등지고 플레이하는 것은 기본 아냐?" 라고 질문하는 사람은 아마도 직접 축구를 자주 하지 않으시는 분일 겁니다.
피지컬이 좋은 반대편의 파워맨들을 상대로 공을 받아내고 비교적 좁은 공간에서 트래핑한 공을 컨트롤하며 다시 좋은 패스로 이어가는 것은 생각보다 결코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그래서 보통의 스트라이커들은 상대수비수 사이의 공간으로 적절하게 투입되는 공을 제일 좋아합니다. 바로 골문을 보고 수비수 견제를 벗어난채 골찬스를 맞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과 같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게임에서는 이러한 킬패스가 한 경기에 한 번도 나오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특히나 유럽의 시드국을 상대해서는...
파라과이와의 경기에서 전반전은 잦은 패스미스와 부정확한 연결들로 공격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셋 피스의 날카로움과 중거리 슛 시도로 경기 흐름은 가져올 수 있었으나 미드필드와 공격진과의 부드러운 연계 플레이는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박주영 선수의 후반 투입으로 이 딜레마를 한꺼번에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이는 어느 한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앞으로 대표팀 준비기간에 가다듬어야할 조직력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박주영 선수에게 공이 연결되면 그나마 나아진 공격전개가 가능해 보였습니다. 후방에서 날아온 공을 가슴으로 트래핑하고 미드필더에게 연결했던 것이나 헤딩패스를 시도했던 장면 또 적지 않은 파울을 당하며 원터치 회전으로 수비수를 벗겨내려던 모습 등은 대표팀 공격에 윤활유가 되어 주었습니다.

축구의 본질을 아는 무의식

소단락의 제목이 언듯 앞뒤가 안맞아 보입니다. 하지만 박주영 선수의 플레이를 보고 있으면 가장 이상적인 장면에 대한 직관적 포착이 다른 선수들보다 뛰어나 보입니다.
지난 아시아 예선에서의 골장면들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사우디 원정에서 후반 교체투입으로 골을 터트린 박주영 선수는 패스를 받은 후 자신의 왼쪽으로 돌아들어가는 우군의 움직임에 따라 수비수가 커버플레이를 할 것을 예상하며 단 한번의 방향전환으로 노마크 슈팅 찬스를 만들어내고 결국은 멋진 감아차기로 추가골을 성공시켰습니다.
월드컵 본선 진출을 결정지었던 UAE와의 경기에서는 공과 수비수 사이에 자신의 몸을 집어 넣는 축구기본을 충실히 이행한 후 슈팅할 여지를 만들고 균형을 잡기 위한 디딤발을 예상치 못한 슈팅으로 연결해 골키퍼가 반응조차 하지 못하게 만든 멋진 득점감각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파라과이전의 결승골도 골문으로의 적절한 쇄도와 전체적인 상황을 인식하는 침착함이 돋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보는 이에 따라서 다른 해석이 가능하고 축구를 잘 이해한다고 해서 곧장 실제 경기력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박주영 선수의 기량은 이미 프랑스 리그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고 좋아보이는 센스는 앞으로의 더 큰 성장을 기대하게 합니다.

한국판 영혼의 콤비를 바라며...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에는 "영혼의 콤비"라 불리우는 사나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페르난도 토레스와 스티븐 제라드가 그 주인공 입니다.
이 둘이 엮어내는 콤비플레이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동시에 때로는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이 두 명의 존재로 인해 혹자는 리버풀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점치기도 합니다. 우리 대표팀에는 아직까지 이러한 파트너들이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박주영, 박지성 선수가 가장 근접한 조건이기는 하나 가슴을 적셔주는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박주영 선수의 좋은 짝으로 최성국 선수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물론 사견이며 아직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국가대표급 공격수 중에서 멘탈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공을 자유롭게 다루며 신체밸런스가 괜찮은 선수 중에 생각한 것입니다.
둘이 같이 경기장에 나섰을 때 어느정도의 호흡을 보여주느냐가 문제지만 강팀들과의 승부에 괜찮은 카드로 보입니다.
그 외에 다른 콤비들의 등장도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대한민국 축구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축구팬의 입장에선 참으로 즐거운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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