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제3라운드 위건 애슬래틱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는 모처럼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인 맨유의 5:0 대승으로 끝났습니다.
이로써 맨유는 번리전 패배의 아픔을 씻어내고 2승 1패 승점 6점을 확보하며 EPL 4연패를 위한 정상궤도 진입에 청신호를 보였습니다.
한국 축구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박지성 선수는 선수명단에서 빠지며 넥타이를 맨 채 관중석에서 경기를 관람했습니다.
위건의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조원희 선수도 경기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 기대했던 한국인 선수끼리의 EPL 대결은 다음으로 미루어야 했습니다.
번리와의 지난 경기를 통해 호날두의 공백이 그림자 처럼 짙게 드리워지며 맨유가 예전의 초강력 모드를 잃어버리는게 아닌가 하는 위기론이 고개를 들었으나 한 경기만에 올드 래드포드 선수들은 사뭇 달라진 경기 내용과 결과를 선보이며 언론과 전문가들의 이른 시점의 평가를 거부했습니다.
맨유가 5골이나 폭발 시키며 원정 경기를 승리로 가져갈 수 있었던 계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선발 라인업
루니 베르바토프
나니 스콜스 플레처 발렌시아
에브라 에반스 비디치 네빌
포스터
안정감이 생긴 수비진
번리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나선 수비라인은 에브라 에반스 브라운 오쉐이 였습니다. 팀 캡틴 게리 네빌이 오랜 부상을 이겨내며 선발 라인업에 합류했고 지난 시즌 팀 동료들로부터 최고의 선수로 뽑힌 "벽" 비디치가 역시 부상을 딛고 올시즌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두 선수의 클래스는 수세시 맨유의 디펜스가 좀더 끈적해지고 단단해진 것과 공세시 공이 수비진에서 미드필드진으로 원활히 연결되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알려졌다시피 지난 세 시즌동안 맨유가 리그 챔피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리그를 넘어 유럽 최강의 방패라고 불려지던 강력한 수비력에 있었습니다.
일단 수비라인이 안정되고 볼 운반이 수월해지자 맨유의 공격은 탄력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중앙 미드필더였던 대런 플레처도 적극적인 플레이로 수비를 도왔습니다.
사이드의 역동성과 중원의 경기 운영
측면 미드필더로 나온 나니와 발렌시아는 뛰어난 발재간과 스피드로 위건의 사이드를 많이 흔들어 주었습니다.
나니는 정기적으로 출전기회를 부여 받아서인지 폼이 점점 상승되는 것으로 보여 팀 동료를 제때 활용하는 영민함을 추가하고 공을 쓸데없이 오래끄는 성향을 자제하면 팀내에서의 입지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발렌시아는 친정팀을 맞아 루니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하며 좋은 크로스 능력을 증명했습니다. 맨유의 신입생으로 아직 팀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해 가끔 개인능력에 기댄 플레이를 하는 것으로 보여지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팀의 조직력 향상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렇게 양쪽 사이드에서의 역동성은 좀더 위협적인 중앙공격을 가능케 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번리전에서 급하게 동점을 이루려다 공격이 중앙쪽으로 쏠렸던 것에 비해 측면과 중앙의 비율이 많이 나아졌습니다.
폴 스콜스는 전성기 때 보여준 폭발적인 득점력은 약해졌지만 팀을 조율하는 헤드쿼터로서의 능력은 아직 후배들보다 뛰어나 보입니다. 자주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와 수비에서 공을 받아내고 운반함은 물론 경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데에도 지난 번의 긱스, 캐릭 중원라인 보다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경기 스콜스의 베스트 장면은 베르바토프에게 넣어준 로빙패스였습니다.
베르바토프가 루니에게 짧게 연결하고 중앙으로 쇄도해 들어갔고 루니가 간결하게 내준 원터치 패스를 스콜스가 백스핀이 걸린 로빙패스로 수비를 넘겨 주었습니다.
위험한 상황을 간파한 골키퍼는 공을 잡으려 나왔고 땅에 떨어진 공은 진행방향과는 달리 공격수에 유리하도록 바운드되며 베르바토프에 의해 트래핑할 여유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연식정구에서나 볼 수 있는 스핀이었으며 스콜스의 킥에 관한 능력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기대되는 루니와 베르바토프의 시너지 효과
그동안 좋은 호흡을 보여주지 못했던 최전방 공격수 웨인 루니와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는 위건과의 후반전에 괜찮은 콤비네이션 플레이를 펼쳐 주었습니다.
베르바토프의 골 상황에서는 루니가 원터치로 스콜스의 패스를 이끌어냈고 루니의 두번째골 장면에서는 베르바토프가 넓은 시야로 루니에게 어시스트를 해 주었습니다.
두 선수가 공격 파트너로 치룬 여태까지의 경기들은 서로를 살리지 못한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제는 이동할 공간분할, 상황에 따른 역할분담 등에서 점점 나아지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맨유의 성공을 위해 두 선수가 다득점을 올려주어야 한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입니다. 그렇게 되려면 투톱의 좋은 호흡이 어느때보다도 중요시되며 서로의 존재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즉 루니와 베르바토프는 서로의 장점을 잘 살려 맨유의 공격다각화 전략에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켜 주어야 합니다.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니다...
맨유는 루니 2골, 베르바토프 1골, 오언 1골로 총 5골 중 4골이 중앙공격수에 의해 터져나왔습니다.
새로운 전술에 의해 다득점이 나온 것은 맨유로서는 큰 수확이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위건은 전반 볼점유율이 48% : 52% 정도로 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하며 맨유를 상대했던 다른 팀들 처럼 수비에만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대놓고 수비하는 팀을 상대로 비교적 이른 시간에 득점하는 강팀의 모습을 보여야하고 최종우승을 놓고 경합할 BIG 4와의 대전도 남아 있습니다.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아스날과의 경기가 다음 주에 있을 예정으로 맨유의 현 상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 됩니다.
경기마다 달라지는 선수 구성도 장단점이 있어 보입니다.
긴 시즌을 생각하면 로테이션이 그리 나쁘지는 않으나 들쑥날쑥한 경기력은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로 생각됩니다.
박지성 선수는 요즘 두 경기에 한 경기꼴로 출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골을 성공시켰던 괜찮은 기억의 아스날을 맞아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어 맨유의 베스트 11로 우뚝 서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