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 / 2009. 8. 11.

맨유의 호날두 없이 사는 법 - 박지성의 끊임 없는 변화

[사진 = 박지성 (C) PicApp (picapp.com)]

 

2009 커뮤니티실드 결승전 맨유 VS 첼시의 리뷰입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가 프리시즌을 마치고 커뮤니티실드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대장정에 돌입했습니다.
지난 시즌 리그 챔피언과 FA 컵 우승팀이 맞붙는 이 경기는 박지성 선수가 선발출전해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결과는 첼시가 2007년의 악몽을 지우는 승부차기 승으로 결국 트로피를 들어 올렸습니다.
박지성 선수는 75분간 좋은 모습을 보이며 이번 시즌의 활약을 기대케 했습니다.

이번 경기를 통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호날두 없이 사는 법과 여기에 가장 많이 관여했던 박지성 선수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아직 커다란 변화를 주지 않았던 공격진...

이번 시즌 맨유 공격진의 가장 큰 변화는 팀 전술에 큰 부분을 차지했던 호날두의 공백과 출전기회에 비해 훌륭한 활약을 펼쳤던 테베즈의 부재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맨유의 공격양상은 최전방의 공격수들이 미드필드까지 많이 내려와 플레이하는 "무톱" 전술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루니와 베르바토프의 성향으로도 볼 수 있고 퍼기 경의 의중이 깔린 전형이라고도 볼 수도 있겠습니다.


상대가 안첼로티의 첼시여서 수비라인이 많이 전진하지 못해 3선의 간격 유지를 위한 융통성 있는 전술로도 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피지컬과 테크닉이 좋은 베르바토프가 박스 가까운쪽에서 공을 받아 키핑하고 다시 패스를 내주는 공격방법이 테스트될 것이라 예상했는데 이 불가리아 스트라이커는 박지성과 스위치되는 모습이 많이 잡혔습니다.


아직 한 게임밖에 치루지 않았으므로 섣부른 판단이겠지만 퍼거슨 감독은 무리하게 공격의 변화를 주지 않고 스트라이커들의 장점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시즌 초반에 임할 것으로 보입니다. 즉 루니와 베르바토프가 공격전개에 적극 가담하고 윙어들과의 스위치를 통해 공간을 선점하고 수비를 무너뜨리는 전술이 맨유의 주된 공격 전술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마이클 오언이 선발 출전하면 다른 공격전술이 사용될 것입니다.


박지성의 변화무쌍한 움직임...

박지성 선수의 장점 중 하나는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이 고착화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팀 전술에 의해 여러가지 롤을 부여받을 수 있는 박지성 선수가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은 위치를 정해두지 않고 피치 전체를 통해 자주 패스게임에 관여하는 조금 색다른 것이었습니다.


포메이션 상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였던 박지성 선수는 최전방의 비어 있는 공간으로 이동해 투입된 공을 바로 내주는 피딩을 보여주거나 경기장 왼쪽으로 움직여 순간적으로 숫적 우위를 만들어내는 장면에서 이번 시즌의 좋은 활약을 예견하게 했습니다.


전반 베르바토프와 자리를 바꾸어 월패스로 골찬스를 양산하는 모습은 이번 게임의 백미였습니다. (물론 사적인 견해입니다)


박지성 선수는 "수비형 윙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클래식한 윙어와는 차별된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어감상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그만큼 전술적으로 유연한 선수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부디 부상당하지 않고 왕성한 체력으로 팀의 요구에 부합하고 공격적으로도 어느정도 인정받는 한 시즌이 되길 바랍니다.


박지성 선수의 공격수 같은 움직임은 이전 경기들에서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차이점은 침투하는 빈도와 그 자리에서의 역할 변화로 보입니다.

 

 

비디치의 공백이 가져다주는 도미노 현상...

후반들어 첼시가 경기의 주도권을 쥐고 맨유를 몰아 부친 것은 중앙 미드필드의 우위와 시즌 개막에 맞춰진 컨디션의 차이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한 선수의 이름이 계속 되뇌어졌는데 바로 작년 MVP급 활약을 펼친 "네만야 비디"치 였습니다. 맨유는 특히 드록바를 마크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서 첼시의 공격력이 한층 날카로워질 수 있었습니다.


몸싸움을 전혀 겁내지 않고 공격수들을 질리게 만들던 파이터 비디치의 부재는 도미노 현상을 연상시킬 만큼 맨유 수비에게 아쉬운 점으로 남았습니다.


공격수들이 제일 싫어하는 유형의 수비수가 한 명쯤은 경기장에 있어야 다른 수비수들도 그 가치가 더 많이 드러날 것입니다.

 

중원을 피하는 공격, 내어주는 주도권...

커뮤니티 실드는 한 경기만에 결과를 내야하는 K.O 게임이었습니다.


맨유는 상대방의 강력한 중원으로의 정면돌파를 기피하며 사이드에서 승부를 걸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바노비치가 맡았던 첼시의 오른쪽 수비가 헛점을 드러내며 나니의 선제골로 이어진 것은 의도된 공격의 성과였습니다.


그러나 후반에는 보싱와의 교체투입, 나니의 부상이 겹치며 게임의 양상이 중앙에서 지배력을 행사했던 첼시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루니의 동점골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면 경기내용으로도 기분 좋은 승리를 얻을 수 있었던 첼시의 후반이었습니다.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4연패를 위해서는 중원의 지배력 강화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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