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 / 2009. 9. 22.

라이언 긱스, 그 유려한 연속성에 대해

라이언긱스

by commons.wikimedia.org / CC by licenses

지난 주에 있었던 EPL 맨체스터 더비는 축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커다란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는 서로 물고 물리는 접전을 펼친 끝에 95분이 지난 다음에야 승부의 끝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경기력 면에서는 맨유가 월등했지만 최후까지 포기를 모른채 최선을 다했던 맨시티에게도 충분히 갈채를 받을 자격이 있었습니다.

이날 경기에는 2골씩 기록하며 짜릿한 승부를 엮어냈던 맨유의 플레처와 맨시티의 벨라미가 있었지만 피치 위에서 가장 돋보였던 플레이어는 36살의 노장, 아니 베테랑 라이언 긱스였습니다.

라이언 긱스는 이 더비전에 선발로 출전하여 팀의 공격을 진두지휘했고 황금 같은 3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었습니다.
특히 후반 맨시티의 오른 측면을 철저하게 농락한 긱스의 플레이는 그 유려함과 영리함에 있어서 찬사를 받아 마땅했습니다.

맨 시티의 오래된 팬들에게는 긱스의 이러한 활약이 통한의 아쉬움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웨일즈 카디프 출신인 긱스는 어렸을 때 맨체스터 시티의 유스팀 소속이기도 했습니다. 퍼거슨 경의 눈에 들어 일찍 맨유맨이 된 긱스를 바라보는 맨시티의 시선에는 회한의 그림자가 남아 있을 것입니다.

긱스는 두루 알려졌듯 17세의 나이에 맨유 퍼스트팀 스쿼드에 이름을 올린 축구신동이었습니다. 퍼기의 아이들로도 유명한 스콜스, 베컴, 네빌 형제, 버트와 함께 "어린 아이들로는 우승할 수 없다" 는 BBC 해설가와 주위의 일침에도 불구하고 보란듯이 우승을 일궈내며 맨유의 화려한 시절을 만들어 갔습니다.

긱스는 또한 약관의 나이에 완성된 기량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축구 선수로서 이른 시기에 이미 최고 레벨에 도달했던 플레이어였습니다.

오랫동안 EPL의 왼쪽라인을 지배하며 맨유의 수많은 트로피 수집에 공헌했던 긱스도 축구선수로는 환갑의 나이에 해당하는지라 자연스레 찾아오는 노쇠화로 포지션을 변경하는 등 최근에는 그 영향력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드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긱스는 지난 시즌 PFA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하며 회춘 모드를 보이더니 이번 맨시티와의 더비에서는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그의 실제 나이를 의심케 했습니다.

맨체스터 더비에서 긱스가 보여준 플레이는 우리 박지성 선수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었을 것입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볼 컨트롤, 아주 작은 모션만으로도 수비를 얼게 만드는 페이크, 겹겹이 둘러싼 수비수들의 작은 공간 사이를 헤집고 지나가는 지그재그 드리블, 퀄리티 높은 크로스, 경기를 읽는 넓은 시야, 인-아웃사이드를 가리지 않는 최고급 킥력, 경기 종료까지 흔들리지 않는 높은 집중력 등은 후배들에게 매우 고무적인 플레이로 다가설 것입니다.

맨유로서도 긱스 같은 플레이어가 현역 선수라는 것은 굉장한 행운일지도 모릅니다. 긱스보다 불과 2년 먼저 태어난 바르셀로나의 과르디올라 감독은 긱스의 나이에 리저브 팀 감독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팀 주장 네빌이 여러 부상으로 경기 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캡틴 완장을 두르고 그라운드에 서 있는 긱스는 맨유의 필드 사령관으로서 혈기왕성한 젊은 선수들을 리드하고 경기 상황에 맞게 팀을 통솔하는 소금 같은 존재입니다.

라이언 긱스는 기록의 사나이로 불릴 만큼 많은 업적을 쌓고 있습니다. 이미 맨유 소속으로 무려 800 경기를 넘게 치루었고 11번의 프리미어쉽 우승, 2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4번의 FA 컵 우승, 7번의 FA 커뮤니티쉴드 우승, 8번의 PFA 올해의 팀 선정 등 축구계에서 이룰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성취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한 이래 매 시즌 출전하며 골을 기록하고 있는 유일한 선수이며 맨유 소속으로 단 한번의 퇴장도 기록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1990년에 데뷔해 2009년 현재까지 축구선수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라이언 긱스, 그 유려한 연속성에 마음으로부터의 존경심을 표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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