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 / 2009. 6. 20.

[리뷰] 한국 VS 이란 최종예선전 - 완성으로 향하는 퍼즐

6월 17일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대한민국과 이란의 경기 리뷰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후였고 이란은 승점 3점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우리 대표팀은 가동할 수 있는 최강의 전력으로 중동의 강호 이란과 정면 승부에 나섰습니다. 월드컵까지는 일 년 정도 남은 시점이지만 국대의 특성상 스케줄 조절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일찌감치 본선진출의 부담을 떨쳐 버린 우리팀은 다음 단계를 미리 준비하는 좋은 판단을 보여주었습니다. 상대팀 이란은 아시아 지역에 속해 있지만 주전 선수 대부분이 스페인과 독일 등 유럽리그에서 뛰고 있고 신체조건도 서양형에 가깝기 때문에 현 국가 대표팀의 조직력을 레벨업 시키고 전술 운용도 시험할 수 있는 좋은 스파링 상대였습니다.
 
일단 선발라인을 살펴 봅니다.
[사진 : 한국국가대표선수  대한축구협회 공식홈페이지 사이트 (kfa.or.kr)]

경기 양상

이란은 배수의 진을 친 상황이었기 때문에 물러 서지 않고 계속 거칠고 강하게 공격을 해 왔습니다.  우리 수비진은 숫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압박을 시도 하였으나 종종 볼처리 미숙을 엿보이며 몇 차례 슈팅 기회를 이란에게 내어 주었습니다. 노련한 골키퍼 이운재 선수가 두어번 멋진 선방을 보여주며 실점하지 않았습니다. 앞선의 이근호와 박주영은 활발한 움직임으로 서로간의 콤비 플레이를 가다듬었습니다. 박지성 선수는 예의 왕성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공수에 걸쳐 활약했으나 이청용 선수는 컨디션이 난조였는지 예전처럼 날카롭지 못했습니다. 전반 종료 직전 우리편 박스 왼쪽에서 이란이 결정적인 슈팅기회를 잡았으나 이운재 선수의 손에 걸리며  0 :0 으로 전반을 마쳤습니다.

후반전 부진한 이청용 선수 대신 조원희 선수가 투입되고 우리나라도 차츰 안정된 모습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듯 했으나 6분만에 이란에게 선취점을 내어 주고 맙니다. 경기 내내 마다비키아를 중심으로 오른쪽 측면을 괴롭히던 이란은 중앙으로 날카로운 크로스를 날렸고  수비라인과 골키퍼 사이로 낙하하던 공은  이운재 선수의 펀칭에도 불구하고 쇼자에 선수 몸에 맞으며 골대 안으로 굴러들어 갑니다. 실점 후 우리 국대는 공격의 강도를 높이며 여러차례 좋은 기회를 만들어냈습니다. 박주영 선수가 오프사이드를 무너뜨리며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으나 수비수 두 명을 제껴내고 시도한 왼발슛이 이란 골리 발에 맞았고 이 후 셋 피스 상황에서도 박주영 선수는 우아한 곡선을 그렸던 프리킥을 시도하였으나 골대에 맞는 불운을 겪어야 했습니다. 후반 10분을 남기고 우리의 영웅 박지성 선수가 1:1을 만드는 골을 성공 시켰을 때는 모든 사람들이 환호하였습니다.

수비진

김동진- 이정수-조용형-오범석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백 4는 그다지 안정적이지 못했습니다. 실점 장면에선 이운재 선수와 김동진 선수간에 호흡이 맞지 않았고 사이드에서도 몇번 위험한 장면이 연출 되었습니다.
이건 어느 개인의 문제라기 보단 호흡과 경험이 필요한 수비의 특성상 우리가 남은 기간 많이 조율해야할 부분이라 보여집니다.


미들진

박지성-김정우-기성용-이청용 라인이 후반에 박지성-김정우-조원희-기성용 라인으로 바뀌었습니다. 우리 팀에 현재 필요한 것은 공을 안정적으로 키핑하며 피딩할 수 있는 경기 운영에 관한 능력입니다. 개인적으로 해결되면 더 없이 좋겠으나 이게 불가능하면 전술적으로 풀어나아가야 하겠습니다. 김정우- 기성용의 중앙 라인은 센스나 패스면에서는 준수한 편이나 디펜스에 약점을 보입니다. 후반에 시도된 김정우-조원희 중앙 라인은 아직 더 지켜봐야겠습니다만 뚜렷한 강점이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공격진

이근호 박주영의 투톱은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보여집니다. 둘 다 공간에 대한 이해가 수준 이상이고 스피드가 있으며 플레이 스타일이 하나로 고착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상(?)하게도 피지컬이 더 좋았던 이동국, 조재진 등의 빅맨들 보다 박주영이 헤딩 장면에서 더 빛났고 날카롭고 창의적인 패스는 역시 모나코의 에이스다운 모습이었습니다. 후반 교체 투입된 양동현 선수는 출전 시간이 짧았으나 부디 부상 당하지 않고 꾸준히 국가 대표팀에 얼굴을 보인다면 좋은 모습을 보여 주리라 예상해 봅니다.

총평

작년 중국 상하이에서 있었던 북한과의 경기를 기억하십니까... 우리는 졸전에 졸전을 거듭한 끝에 기성용 선수의 발리슛으로 겨우 겨우 체면을 세우는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 때의 우리 국대 모습과 현재 모습은 이제 많이 달라졌습니다. 최종 얘선을 거치면서 또 중동의 모래 바람을 잠재우며 우리 선수들 사이에는 끈적한 무엇이 생겼고 옴팡진 언론과 팬들의 냉소적 눈빛속에도 묵묵히 땀을 흘리며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경기력 면에서도 답답했던 모습들을 많이 벗어버리고 수긍이 가고 매력적인 부분들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아시아 지역 예선을 치루어낸 것입니다. 아무리 무패로 이뤄낸 성과라 해도 월드컵 본선의 무대는 그 차원이 다른 이야기 입니다.
수비의 조직력을 최상으로 이끌어내고 경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멋진 골들 성공 시키기 위해서 우리에게 주어진 1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님을 모두 알고 있을 것입니다.

p.s
조용형 선수의 패스 능력이 좋은걸 이란 선수들이 알았을까요...
우리 공격의 시작은 이정수 선수였습니다... 좋은 성골률은 아니었지만 후방에서 개인기로 상대방을 벗겨내고 이어지는 전진 패스는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리오 퍼디난드를 생각했다면 저만의 오산이었겠지요...
후반 김정우 선수의 센스 흘리기로 만들어진 조원희 선수의 골키퍼와 1:1 기회와 박지성 선수의 골장면 바로 앞에 있었던 이근호 선수와의 월패스는 우리가 앞으로 공격작업 할 때 머리속에 그려지는 좋은 선례로 남았으면 합니다. 조원희 선수 골까지 성공시켰으면 그 야무진 얼굴에 해맑은 웃음이 피었을텐데요...
이란 선수들 몇 명이 팔에 녹색 밴드를 하고 경기에 나섰는데요... 지금 이란에서 일어나고 있는 민주화 탄압에 대한 표시라고 합니다... 부정 선거로 요즘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있어요... 79년 전제왕정을 이슬람 혁명으로 극복하고 민주화의 길에 들어선 이란이니 만큼 이번에도 높은 수준의 시민의식을 보여주네요... 녹색은
반대정당의 색깔이라 합니다...

by 백조트래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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