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 / 2009. 9. 6.

박지성, 호주 전 승리를 통해 얻은 3가지

박지성

[사진 = 박지성 (C) PicApp (picapp.com)]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만만치 않은 상대 호주를 맞아 기분 좋은 3:1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평가전이 있기 전 여러가지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최고의 지한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아시아의 유럽 호주팀을 상대로 허정무 호가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얻은 것은 대표팀뿐만 아니라 여러 축구팬들에게 고무적인 일이었습니다.

특히 대한민국 축구를 대표하는 캡틴 박지성 선수는 이번 호주와의 평가전을 통해 몇가지 긍정적인 의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맨유에서의 경기력 상승에 보약으로 작용할 대표팀 활약

평가전을 위해 한국으로 입국할 당시 박지성 선수는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비교적 좋지 못한 시즌 초반을 맞고 있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4경기 중 선발 출전했던 단 한 경기,승격팀 대 번리전에서 팀이 충격패를 당했고 로테이션상 스타팅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것이 유력했던 아스날과의 빅매치에선 후반에야 교체 투입되어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가지 상황이 존재했겠지만 포스트 호날두 시대의 현 맨유에서 박지성 선수가 팀에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시즌만큼 탄탄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한 마음이 들게한 초반 4경기였습니다.
거기에 현지 언론들과 맨유 팬들은 박지성 선수에게 더 많은 활약을 기대하며 알게 모르게 심적 부담을 주는 것으로 보여졌습니다.
이런 시기에 FIFA가 주관하는 A매치 데이가 다가왔고 박지성 선수는 다시 붉은 유니폼을 입기 위해 한국으로 날아왔습니다. 호주와의 경기를 보면 박지성 선수의 플레이가 맨유에서와는 조금 달랐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일단 볼을 소유하는 시간이 조금 더 길었고 좀더 적극적인 마인드로 공격에 임했습니다. 맨유에서는 팀원의 역할에 충실했다면 국대에서는 자신이 주가 되어 팀 전체를 이끌어가는 모습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맨유와 한국 대표팀을 직접 비교할 수 없고 많은 국민들이 응원하는 홈경기란 이점에 상대가 호흡을 맞출 시간이 매우 부족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지성 선수가 앞으로 소속팀에서 보여주어야할 활약상을 미리 예습해 볼 수 있었단 측면에선 긍정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맨유의 현 상황을 보면 아직 최적의 선수 조합을 찾기 위한 테스트가 진행되는 것 같고 호날두 이후 도래할 새로운 모습의 맨유가 완성될때까지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 중요한 시점에 박지성 선수가 여태까지 보여준 자신만의 장점을 유지한채 팀 공격을 일정부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다면 밤을 새면서 그의 경기를 지켜보는 한국의 축구팬들에게 그보다 더 큰 선물은 없을 것입니다.
포지션에 국한되지 않고 세밀한 패싱게임에 관여하는 활발한 움직임으로 대표팀 오른쪽 공격라인에 힘을 얹어주고 누구보다 성실히 피치 위를 누비며 궂은 일을 마다 않는 솔선수범으로 팀 사기를 증진 시키고 기회가 생기면 저돌적으로 위험한 장면을 만들어내며 결정적인 어시스트로 팀의 3번째 골을 견인한 박지성 선수의 이번 평가전 활약이 맨유에서의 경기력 상승으로 작용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잉글랜드로...


지난 주 한국축구의 최대 이슈는 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이 국가대표 선수차출을 놓고 벌인 수준 낮은 갈등이었습니다. 누가 잘하고 누가 잘못했네를 떠나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축구계 전반이 깊게 반성할 이유가 충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갈등이 더 전이된 이유 중 하나는 박지성 선수를 비롯한 한국축구 아이콘들이 현 상황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것이었습니다.
보통 어떤 사건이 생기면 양쪽의 의견을 모두 들어보고 종합적으로 생각하여 판단을 내려야 이런 저런 오류를 피해가게 됩니다. 박지성 선수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상황의 본질 보다는 현상이 주는 임팩트가 더 강했을지도 모릅니다. 또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고유한 의견을 밝힐 수 있는 권리도 있습니다. 고로 박지성 선수의 발언에 동의하는 사람도 있고 씁쓸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또 여기에 휘발성이 강한 이슈에 관심이 많은 언론들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여간 평가전을 앞둔 박지성 선수의 마음은 예전보단 편치 않았을 겁니다. 혹여 평가전 자체가 실망스런 내용으로 점철된다면 현재 돌아가는 축구계 상황이 좀 더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갈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다행스럽게 우리 대표팀은 예전 우리의 월드컵 진출에 항상 고추가루를 뿌렸던 호주를 상대로 멋진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나마 털털한 웃음을 지으며 갈등의 한 막을 내릴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입니다.(물론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이제 박지성 선수는 어느정도 맘고생에서 벗어나 홀가분한 마음으로 잉글랜드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축구 선수로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아시아 맹주의 자리를 확인...

호주의 FIFA 랭킹은 무려 14위 입니다. 공신력과는 거리가 있는 순위이지만 그리 무시할 필요도 없는 숫자입니다. 우리나라와 호주와의 역대 전적에서도 호주가 약간 우위에 있습니다. 최근의 기록은 우리가 다소 앞서지만 흑백TV 시절 아시아라고 하기엔 너무나 서양스러웠던 호주는 항상 우리의 발목을 잡아왔습니다.
이번부터 다시 아시아 축구계로 컴백한 호주는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르는 등 중흥의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어느덧 대표팀에서도 형님뻘로 성장한 우리의 캡틴 박지성 선수는 노란 주장 완장을 팔에 두르고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경기 후 MVP에 선정되었습니다. 친선전이었지만 아시아 맹주의 자리를 놓고 자존심이 걸려 있었던 한판승부에서 승리의 중심에 있었던 박지성 선수는 대한민국의 축구 위상을 높이는데 크게 공헌했습니다. 대표팀 모든 선수와 코칭스태프 또 그 외 보이지 않게 수고하시는 모든 분들이 칭찬을 받아야 마땅 하겠지만 주장으로 선수들을 독려하고 지도자와 선수들을 이어주며 좋은 경기력을 담보해낸 박지성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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