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 / 2010. 6. 18.

[월드컵] 한국VS아르헨, 고유한 스타일과 전략적 선택

2010 남아공월드컵 B조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는 보는 이의 마음이 아플 정도로 운이 따라주지 않았던 한국에게 우승후보다운 공격력을 보여준 아르헨티나가 4골을 집어넣으며 승점 3점을 가져갔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아르헨티나의 테베즈, 메시, 디 마리아 등에게 이끌려 다니던 태극전사들은 급기야 자책성 실점을 당하며 너무 어려운 매치를 치러야 했습니다.

어제의 경기를 크게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누어 보면 우리 대표팀의 전략적 선택이 상대 선수들의 체력저하가 예상되는 후반을 향해 맞추어져 있었음이 짐작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이른 시간에 터진 자책골과 연이어진 추가 실점을 당한 대표팀은 생각했던 밑그림과 너무나 달라진 상황과 기세가 오른 아르헨티나의 매서움에 고전하며 결국 1:4 패배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한국 고유의 스타일은 무엇인가...


남아공 입성 전 대표팀은 4번의 평가전을 통해 서로의 호흡을 맞추며 월드컵에 대비했습니다. 라이벌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한일전에서는 피치 전방위에서 펼쳐지는 터프한 압박을 선보이며 일본 축구의 새로운 성지에서 2:0의 깔끔한 승리를 만들어냈습니다. 지난 토요일에 있었던 월드컵 본선 그리스와의 경기에서도 이와 비슷한 압박이 나타났으며 이는 경기를 지배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그러나 조직적인 압박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던 벨라루스 전에서는 답답한 경기 내용으로 팬들을 안타깝게 한 적도 있습니다. 월드컵 4강 기적 이후 한국축구의 특징은 뛰어난 스피드와 엄청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압박에 있었습니다.

아르헨티나와의 전반전에는 다분히 상대방의 체력소모를 염두에 두었다고 생각되는 경기 패턴이 반복되었으나 결정적으로 근접 마크가 헐거워지며 상대방 공격수들의 날카로움에 우리 수비진이 번번히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이청용의 천금 같은 골로 전반을 2:1로 마친 대표팀은 후반들어 달라진 몸놀림으로 경기력을 한껏 끌어 올렸고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는 듯했습니다.

 

이날 대체로 부진했던 우리 선수들 중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이청용의 완벽한 패스를 받은 염기훈이 동점골을 만들어 주었더라면 경기 양상은 또 다르게 흘러갔을 것입니다.

 

 


전반은 확실하게 틀어막고 후반에 칼을 꺼낸다는 한국의 복안은 여러가지 상황들이 좋지 않게 맞물리며 가장 원치 않던 결과로 나타나고 말았습니다.


전반전에 조금 더 끈적끈적하게 상대선수들과 살을 맞대며 근접 마크를 수행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못했다기 보다는 상대인 아르헨티나의 공격력이 제대로 수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강한 수준이었습니다.

 

중원에서의 기대 - 김정우

이번 대회에서 가장 기대를 모았던 선수 중 한 명은 대표팀의 살림꾼 중앙미드필더 김정우였을 것입니다. 김정우가 허리라인에 존재하느냐 마느냐가 대표팀의 경기 운영에 영향을 줄 정도로 베스트 컨디션이었던 김정우는 막상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는 약간 부진한 모습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선수로서 처음 맞이하는 최고의 무대라는 부담이 크겠지만 다음 주에 있을 나이지리아 전에서는 좋은 기량을 보여주길 기대해 봅니다.

 

측면을 사수하라 - 오범석

차두리 대신 오른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한 오범석은 상대 공격진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자신의 임무에 부응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차두리보다 피지컬 수비에서는 뒤지나 공격전개 능력과 축구센스가 있는 오범석을 스타팅으로 세운 선수기용은 대표팀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였지만 우리의 오른쪽 진영에서 많은 찬스를 허용한 것을 돌아보면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대 아르헨티나 전을 대비한 대표팀의 전략적 선택은 나쁘지 않았지만 경기 운이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매우 좋지 않은 상황까지 겪은 우리 대표팀이 낙심하지 않고 남은 나이지리아 전에서 재정비된 전열로 선전을 펼쳐 주길 기대해 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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